벌레가 손끝에만 닿아도 질겁을 했던 저는 막대기를 맞고 전신을 바르르 떨다 쭉 뻗어버리는 개구리를 볼 때마다 제 마음도 울어야했고 몸까지 떨려 왔읍니다.
『개구라 용서해…나라고 너희들을 잡고 싶어 잡는게 아니야. 어린애들은 장난으로 잡지만 나는 내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 잡는 거란 말야. 그러니까 나를 원망 말아다오. 나는 여태 버러지 한마디도 밟아보지 못한 사람이야. 그러니 내 심정을 이해해다오 응? 개구라…』
남편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기가 필요했읍니다. 그러나 경제력이 없는 제가 개구리를 잡아 푹 고아 드리거나 튀겨 드리기도 하면 남편은 누가 뺏아 먹기라도 하는 듯 정신없이 맛있게 먹어주었읍니다. 그 덕이었는지 남편의 얼굴에는 살이 올랐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또 한번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날도 시동생이 쥐어주는 동전 몇 닢을 들고 주일 저녁미사를 보고 어두운 골짝을 막 접어들자 치솟는 불길로 골짝 안은 온통 대낮같이 밝은데『불이야! 불이야』하며 고함치는 남편의 숨 가쁜 외침을 듣고 저는 우두커니 섰다 그 자리에 맥없이 풀싹 주저앉고 말았읍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여보-여보-』
하며 목이 터져 라고 남편을 부르며 죽을 힘을 다해 뛰었지만 다리에 맥이 쑥 빠져 제자리 걸음만 치고 있는 느낌이었읍니다.
어두운 밤이라 몇 번을 고꾸라지고 나딩굴면서 겨우 집근처까지 왔을 때 제가 다급하게 뛰어오며 부르는 소리를 그이가 들었는지
『율리아, 나 괜찮아 안심해-』
하고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읍니다. 불이 타고 있는 곳은 남편과 제가 쓰고 있는 방이 아니라 시아버님과 시어머님 그리고 시동생이 사용하고 있는 방이었읍니다.
불길은 하늘로만 치솟는데 늙으신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이 샘물을 길어다가 뿌리는 것으로는 너무나 역부족이었읍니다.
더구나 금방 쓰러져 불길 속에 휘말려 들어갈 것 같은 위험 속에도 노인네들은 옷가지 타는 것이 아까워서 한 가지라도 더 꺼내려고 방안을 들락거리는 데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읍니다.
방문을 열어놓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만 태우는 남편은 캄캄한 허공에 대고『불이야』소리만 계속질러대고 있었읍니다. 혹시나 저 건너 도로를 지나는 행인이 달려오기를 바라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와주는 사람은 없었읍니다.
생각다 못해 저는 다시 골작을 나르듯 빠져나와 마을사람들에게 알렸읍니다.
불은 마을사람들에 의하여 꺼졌지만 개나리 봇 짐 같은 살림마저 다 태워버렸으니… 더구나 남편의 책을 몽땅 태워버린 것은 참으로 가슴이 아팠읍니다.
그날이후 시아버님은 숫제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누워 계셨읍니다.
『내가 잘못해서 집을 태웠구나』
하시며 속상해 하시는 시아버님은 친구분들이 사들고 온 술만 드셨읍니다. 시아버님께서 방에 촛불을 켜놓고 저희들 방에 와계시는 사이 불이난 것을 시아버님은 모든 것이 당신이 잘못해서 일어난 불상사라고 커다란 자책감을 느끼고 계셨읍니다.
집은 다행히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그럭저럭 집 모양을 만들어 주었지만 타다 남은 석가래는 그날의 상처를 안고 마치 가난한집 가난한 살림을 말해주기라도 하는 듯 지붕 곳곳에 박혀 항상 마음을 서글프게 해주었읍니다. 산 넘어 산이요 설상가상이라고나 할까요? 왜 이렇게 시련은 겹쳐오는 것일까 제 마음은 우울하기만 했읍니다.
『당신 왜 그렇게 맥이 없지? 새장은 항상 열려있어 내 각오도 항상 돼있고 날아가고 싶으면 언제라도 날아가면 돼』
무엇을 잘못 오해하고 있는지 이럴 땐 남편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읍니다. 허지만 남편의 말은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 고통 이 슬픔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남편의 말씀대로 그이 곁을 떠나 버린다는 생각은 추호도 가져본 일도 없거니와 생활에서 오는 고통이 커서 그런 것은 더욱 아니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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