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에 외국에서 있었던 일 중에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일 있다.
하루는 박물관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신부님께서 손을 잡아당기면서 빨리 가자는 것이었다. 무슨 큰 사건이 난 줄 알고 허겁지겁 끌려나온 다음 무슨 영문이시냐고 이유를 묻자 신부님은 박물관에 한국 지게가 안치되어 있으니 사람들이 우리가 한국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면 얼마나큰 수치냐? 그래서 입장료 아까운 것 까지도 모르고 퇴장을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나라가 미개하고 가난한 것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것이 그처럼 부끄러운 일인가? 한국에 와서 전교하는 외국신부님이 본국에 가서 한국의 가난한 생활을 슬라이드를 통하여 보여주며 원조를 호소하는 것을 본 한국학생들이 즉시 항의하고 중단시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외국의 원조를 그토록 좋아하는 한국 천주교회가 가난한 실정을 알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하는 외국신부님도 있다고 한다.
한편 우리 힘으로 못하는 일을 선진국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반드시 사대사상에서 오는 것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정의 가장이 나를 구박하고 자류를 박탈할 때 윗집에 가서 우리가정은 전부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사람이 포악하고 잔인하여 불행한 가정이 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할 때 부끄러울 것이 있겠느냐하는 것이다.
우리의 책임자나 어느 개인의 비행에 대한 기사가 외국신문에 대서특필이 된 것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접 외국에 가서 자신은 선량한 사람인양 한국의「지게」를 전시하기를 서슴치 않고 또 외국인이 비판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그 비판이 한 국민의 전체에 대한 비판이아니라고하여 만족스럽게 전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고 하여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지게는 촌사람만이 지니고 다니는 것이고 나는 도회지에 차만타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해서 지게를 보고 비웃는 외국인의 조소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할 것인가?
자기사회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할 때 외국인의 세력에 의지하여 복수를 하고 싶은 본능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것이겠지만 한편 개인의 명예가 필요하듯이 단체와 국가의명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표로부터 위협을 받고 외국인의 공관에 가서 피신하고 망명을 요청할 수는 있어도 자기 동족의 비행을 함부로 말할 수 없음은 민족성도 혈연관계와 같이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루까복음 16장에서 보면 세상에서 호의호식하던 부자가 지옥에 떨어진 다음에도 아직 세상에서 사리사욕의 노예가 되어 눈이 어두워져서 혼자서만 좋은 주택을 갖고 고급요리를 먹고 사는 형제들만이라도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지 않기 위하여 대책을 세워줄 것을 부탁한 내용의 말씀이 있다. 민족관계도 혈연관계와 같이 우리가 자유로 선택한 것이 아니고 주님이 하사하신 선물이며 영벌을 받으면서도 축복을 원하는 깊은 관계임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옥에 처한 사람이 형제들이 같은 벌을 받는 불명예스러운 벌을 싫어했듯이 우리사회와 국가가 명예훼손도 삼가야하지 않을까?
남의 집에 가서 부모나 자녀의 잘못이 사실이라고 하여 마음 놓고 험담을 하는 우매한 사람이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이 동족의 부정과 부패가 사실이라고 하여 외국인과 함께 비판하고 선전하는 자를 애국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집안에서는 개인의 과오가 부분적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집밖에서는 개인의 허물이 가족전체의 수치가 된다면 자칭 선량한 사람도 동족의 잘못을 외국인 앞에서 비난할 때 부끄러워 해야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의 일은 우리가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도산 안창호선생은『일본이 일본의 혁신을 미국이 했더라면 실패했을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혁신은 우리의 힘으로 해야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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