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우리나라에는 月南 李商在 선생이란 분이「만년청년」의 표본으로 모든 젊은이들의 존경과 推仰을 받은 바 있다.
연령을 초월하여, 늙지 않고 곱게 나이 들어가는 분들을 볼 때 삶의 참 멋을 느낀다.
어떤 분이『늙음이란 나이에 육체가 굴복하는 것이고, 굴복한 그 육체에 정신이 패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육체와 정신이 함께 나이라는데 위압을 느껴서 항복해들어 가는 것이 곧 늙음이라는 뜻이리라.
그렇다면「만년청년」이란 말은 나이에 관계됨이 없이 젊음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자연적인 나이에 그 정신이 굴복하지 않는 젊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들은 흔히 연령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려는 버릇이 있다.
『저분은 환갑을 지낸지 벌써 몇핸데』
『칠십이 지났으니 볼 장 다 봤지!』하는 식의 말이다.
동양사람 중에서도 한국 사람은 유달리 나이에 필요이상의 신경을 갖는 것 같다.
오히려 어른을 대할 때『선생님 아주 많이 늙으셨읍니다. 주름도 많아지시고 머리도 훨씬 더 희시고、안색도 안 좋아 보이시고…』등등 늘어 놓는 것이 마치 훌륭한 인사인 것처럼 행세한다.
50만 지나도 노인대접을 하려들고 60넘으면 폐물처럼 생각하려는 早老症의 아름답지 못한 風俗은 없어져야한다.
세계적인 음악가인 첼리스트 파블로카잘스옹이 94회 탄신을 맞아 전에 없는 정력적이요 정확하고 훌륭한 연주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톨스토이 선생의 그 굵은 주름살과 기나긴 덥석 부리 수염, 극작가인 헨릭ㆍ입센옹의 벗겨진 머리와 다부지게 받쳐진 턱수염을 볼 때 나는 그이를 늙은이라기보다 훌륭하고도 마음착한 할아버지라는 친밀감까지 느끼게 된다.
연령을 초월한 강한정신력, 거기에서 풍겨지는 흐뭇하고도 존귀로운 품위를 나이라거나 늙음이라는 것으로 인해 그 빛을 그의 귀한 삶의 뜻을 허물어 버릴 수는 없다.
주름 잡힌 그 주름 하나하나에서 참된 인생의 파란곡절을 읽을 수 있고 한오락 한오락의 흰 머리카락에서 고난에 찬, 그러나 영광스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더듬는 감동을 받는다.
늙음이 없는 영원한 젊음의 근본은「사람」이다. 사람은 나이 먹어서 늙어 쇠잔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할 수 있는 젊음을 간직하는 힘이 된다.
우리가 겪어가고 또 겪어보는 유형무형의 사랑 중에서 그것이 성공적이던 실패였던 따질 것이 없이 참된 사랑을 해본다는 것,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 자기 한 몸을 던질 수 있고 던져본 사람 그런 사람에게서 우리는 참된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있고 삶의 참 멋을 볼 수 있다. 참된 사람 속에는 늙음이 없다 용서할 수도 있고 참을 수도 있는 그 능력은 오로지 사랑에서만 찾을 수도 있다. 모든 장벽을, 불의와 부정을 무너뜨리는, 유일한 힘도 사랑에서만 구할 수 있다.
참된 늙음, 곱게 늙는다는 것, 살아서도 살고, 죽어서도 사는 것, 그것의 근원을 사랑 자체이신 그리스도, 사랑에 살고 사랑 때문에 죽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에게서 찾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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