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의 하루 24시간을 글을 쓰는데 바치겠다고 맹세한 적도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생겨도 펜을 잡는다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은 그만큼 他에 대해 무관심해졌고 감정이 매말라졌다는 것인지?
얼마 전 친구의 죽음에 대해 글을 썼다. 죽음에 대한 충격보다도 하느님의 뜻이라고 일축해버린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그녀의 生과 死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눈물을 갖자고 몸부림치듯 단숨에 쓰여진 글귀가 가톨릭시보에 게재됐을 때 그렇게 반가왔지만 그 후 석달이 지나도록 한 줄의 문장도 만들지 못했다. 눈을 감은 것도 아니고 기쁨과 슬픔을 맛보지 않은 것도 아닌데 글을 쓴다는 것이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4년만에 다시 만난 남자친구와 창경원 밤 벚꽃놀이를 약속했지만 책을 읽어야겠고 영어공부를 더해야하고 그리고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즈음은 붓글씨를 배운다.
솜처럼 나른해진 내 조그만 체구를 질질 끌며 귀가한다. 내방청소도 어머니께 부탁하고 레코드를 틀며 새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글을 써야지!』10여장의 백지와 검정볼펜을 들고 외출하지만 또 뉘엿한 석양을 맞는다.
수양버들 늘어진 산뜻한 아침의 뚝섬 길, 머리가 허옇게 쉰 할아버지가 물지게를 지고 변두리 신흥 주택가를 나른다.
스물이 갓 넘었을 최신식 새댁이 택시 뒷자석에 앉아 성수아파트, 잠실아파트, 땅값이 어떻고 한다.
모든 것이 나에겐 낯익은 글의 소재를 안겨주지만 사춘기도 아닌 내가 현실과 꿈속에서 비틀거린다.
『아무개 좀 봐라. 결혼하고 나니 훤하지 않니?』
육순노모의 말씀이다. 돈도 있어야겠고 그리고 유명호텔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객을 맞아야만 여성의 가치를 인정해 주나보다.
맥심커피가 어떻고 리본표 마요네즈는 시지 않아서 좋다는 푸념들.
그 때문에 나는 더한층 외로움을 느껴 글이 쓰여 지지 않는지도 모른다.
몇 십 년이나 산사람처럼 오빠들의 퇴색된 책을 물려받아 조그만 책꽂이를 마련하고 푼푼이 모아온 캐캐 묵은(?) 인생 집을 집어던진다.
어떤 이는 여성잡지 몇 권으로도 풍부한 화제를 구사하고 똑똑하다는 평들을 받지 않던가.
똑똑하다는 것은 반드시 眞理와 通하는 것은 아닐테지만-.
나도 기성인들로부터 대단한 칭찬을 받고 싶어 아마 나날이 글 쓰는 것이 더욱 어려워 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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