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주 감동적인 기사 한 편을 읽었다.
美國의 어떤 여류「칼럼니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폐암에 걸렸다는 선고를 받은 그녀는 전부터 익히 아는 어느 신문사의 편집국장과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쓰러져죽는 그 순간까지 매일「칼럼」을 한편씩 실리자는 것이다.
죽음에 임박한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삶의 최후단계를「이얼」하게 조명해보겠다는 취지였다.
생각하기 따라 이 여자의 마음씀씀이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혹하다.
한치 한치 닥아오는 죽음의 얼굴을 물끄러미 마주 바라보며 마치「현장르뽀」기사라도 한줄 쓰는 듯이 옹크리고 앉은 그녀의 당돌함, 죽음과 재난 앞에서는 오히려 한바탕 통곡이라도 하는 편이 보다「인간적」이 아닐까.
지난번 KAL機가 실종됐을 때 국내의 TV화면에는 다투어 가족들의 失神장면과 통곡소리가 가득 찼었다.
그「인간적」인 장면에 비한다면 문제의 여인은 너무나도 木石같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과연 그녀의 마음은 한 방울의 애상도 없는 木石이었을까?
케네디가 죽었을 때도 그 미망인 재클린은 한 번도 곡성을 발하거나 자신을 흐트러뜨린 적이 없었다. 험프리 상원의원도 골반암의 병석을 박차고 일어나「워싱턴」정제에 복귀, 찬란한 최후를 장식했다.
이 모두가 그들이 정말로 비정한 냉혈동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그들은 인생을 사랑했고 삶을 아꼈으며 살고 싶어 했을 것이다.
눈물도 많고 슬픔도 많을 情의 인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선고를 받은 순간 그들 역시 머리 풀고 통곡하다가 몸 저 눕고 싶은 절망감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금방 새로운 용기를 발하기 시작했다 죽음이 방문을「노크」하는 그 순간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던 일을 계속하기로.
이 용기의 근원이 무엇이냐는 그들만이 아는 비밀일 것이다. 또 아무나 되는 일도 아닐 것이다. 단지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은 삶을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산 사람들이란 사실이다.
비록 죽음을 눈앞에 둔 生의 마지막 단계일망정 그들은 삶을 긍정하고 예찬하면서 단 한치의 낭비나 허비도 허락하지 않으려한 것이다.
최근 한 사회학자의 관찰에 의하면 상당수 한국의 주부들은『방황하고 있다』했다.
삶의 보람을 찾지 못해 과도한 치맛바람을 피우거나 일상 속에 파묻혀 버리거나 한다는 것이다. 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자신의 창의력과 역량을 엉뚱한 곳으로 발산시킬 뿐 하등 사회적인 창조활동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잘못을 캐자면 물론 남편들의 무관심도 있겠고 가상노동의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문제는 기본적으로 자기가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누구를 원망하기 앞서 주부들 자신이 먼저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자기 아이가 그까짓 이력서에도 오르지 않을 반장에 지명되도록 하기위해 벼라별 치맛바람을 다 피우는 것 같은 따위가 과연 삶을 진지하게 사는 태도일까?
그런 쓸데없는 허영과 경쟁심에 쏟아 붓는 정력을 왜 다른 보람을 위해 쓰진 못한단 말인가. 암의 死神이 다가오는 가운데서도 열심히 원고지간을 메워가고 있을 美國의 그 여성「칼럼니스트」를 한국의「치맛바람」놀이 10만분의 1이라도 좀 닮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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