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5월 9일 동양방송국에서 개국 14주년을 맞아 특별제작 한「예언자의 비밀」이라는 괴기(怪奇)드라마(청취자들의 전화참여와 함께, 밤9시부터 자정까지 생방되었음)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청취했었다. 드라마는, 일단의 여행자들(사회 각계 인사들ㆍ의사ㆍ건축업자ㆍ등산인ㆍ광고업자ㆍ소설가ㆍ가수 등 7명)이 족보세미나(族譜SEMINAR)를 열기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정체불명의 예언자에 의해서 차체(車體)와 함께 사라짐으로써 전개된다.
행방이 묘연해진 그들을 찾기 위해 수사진은 끈질긴 추격을 하게 된다. 한편 행방불명되었던 사람들은 예언자에 의해서 불가사이한 동굴에 끌려들어가게 된다. 그들은 신비에 싸인 자칭 그들의 양심(良心)이라고 자칭하는 예언자에 의해, 한 사람씩 차례로 죽어간다.
예언자는 그들에게 인과응보적(因果應報的)인 처벌을 가하는데 그는 그들의 족보와 과거에 지은 그들의 비밀스러운 범죄 행위를 낱낱이 들추어 열거 하면서 가차 없이 차례로 죽여 나간다. 그런데 그 승객들 가운데는 소설가인 송일이라는 사람이 끼어있었다.
소설가 송일은 성직(聖職)을 버린, 교회로부터 파문당한 신부였다. 나는 여기서 죽어 가는 순간에 있었던 소설가와 예언자(그는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자기는 그들의 양심이라고 말한다)와의 대화(對話)에서 실로 어처구니 없는 예언자의 궤변을 듣고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궤변이란 다음과 같다.
신비의 예언자는 소설가(前職神父)에게 양심의 고백을 하라고 한다. 소설가는 두 번 거짓말을 한 죄 밖에 없다고 대답하자 예언자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들은 그대로를 옮겨 쓰는 일은 쉽지 않으나 대략 다음과 같다)
『당신은 1965년 7월 7일 어떤 사람으로부터 고해(告解)를 들었소. 그 고해내용이란 그 사람이 고의는 아니었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었소. 그리고 그는 또 부양가족 때문에 자수할 수 없으니 당신께 도와달라고 했소. 한편 무고한 어떤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끝내 죽고 말았소. 당신은 그때 성직자의 양심으로써 경찰에 그 진범을 알려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낼 수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켰기 때문에 한사람의 죄 없는 사람을 죽게하였소. 자 이제 그罪(이 말에 주의해주기 바란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당신을 심판하시오!』
소설가는『예언자! 당신은 성직자의 입장을 모른다!』고 대답한다.
예언자는 소설가로 하여금 끝내 자살하게 만든다.
내가 여기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전직신부가 그 당시 들었던 고해비밀(告解秘密)을 지켰다는 사실을 드라마 작가(한유림씨)는 예언자의 입을 빌려 그것이 罪라고 판시한 후 소설가를 자살하게 했다는 것이다.
자살했다는 것은 소설가가 예언자의 궤변을 인정한다는 암시를 드라마는 주고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고해신부의 입장을 밝히고 싶다. (나는 성직자는 아니지만 가톨릭수사(修士)의 한사람임을 밝혀둔다)
고해신부는 일단 고해소에서 들은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가 사제들에게 지운 거룩하고 위대한 의무인 것이다. 아직까지 고해비밀을 누설한 사제가 없다는 것을 봐도 고해비밀의 위대성을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만약 이렇게 사제들이 고해비밀을 지키는 일이 罪가 된다면 또한 고해를 통해서 알게 된 진범을 경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을 罪로 간주한다면 이야말로 궤변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실로 교리에 반(反)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드라마는 작가는 고해성사에 대해서 확실히 알지 못했다고 밖에 볼 수 없으며 또한 방송을 제작한 담당자들의 경솔한 처사로 인해서 그러한 방송이 있지 않았나본다.
사견이지만, 방송 전에 그들은 자체 심의 위원회(이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같은데서 충분한 검열을 함과 동시에 교회에도 협조를 구하고 조언받기를 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라디오방송뿐 아니라 모든 매스미디어를 다루는 분들에게서 충분한 심의와 함께 그들이 다루는 내용에 관련되는 개인이나 단체에 협조를 사전에 요청한다면 더욱 밝고 바람직한 방송이 되어 우리청취자나 시청자들에게 더욱 유익하지 않을까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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