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신록의 계절 6월-온갖 창조물이 생동감 넘쳐야할 이 6월에 온 국토는 가뭄으로 타고 있다. 저수지들은 바닥을 들어냈고 말라붙은 못자리의 모는 발갛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방울의 빗물이라도 아쉬운 실정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농촌에서는 코흘리개에서부터 80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한해 극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의 힘은 너무나도 무력하기만 하다. ▲흔히 농부들의 유순한 성격은 대자연과의 싸움에서 얻어진 脫氣의 결과란 얘기들을 한다. 旱害와 싸우고 水魔에 할퀴어야하는 농민들- 싸워도 싸워도 끝없는 대자연과의 싸움, 거기다 약한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자연의 위력. 그래도 농부는 씨를 뿌려야하고 이를 가꿔야 하는 것이다. 이러는 가운데농부의 성격은 어느덧 닳고 뭉개어져 유순이란 경지까지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농부는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설사 배를 곯아 죽는 한이 있어도 봄에 뿌릴 씨앗만은 간직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묘판에서 자라고 있는 모는 농민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귀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아무리 자연의 힘 앞에 적응만을 익혀온 농민들이라 하지만 붉게 타들어가는 묘판을 바라보는 그들의 아픔은 자신의 分身이 타들어가는 것과도 같은 고통 바로 그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즈음 노동자 농민의 고통에 동참해야한다는 소리가 높다. 그들의 아픔을 우리의 고통으로 같이 느끼자는 소리인 줄 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농민들의 고통을 현실적으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이 가뭄에 마치 자신의 分身이 타들어 가는 것과도 같은 농부의 아픔을 모두가 같이 나누려는 노력을 얼마나 보이고 있는가. ▲지금 은 국민의 정성이 가뭄극복에 여념이 없는 농촌으로 몰리고 있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퍼올릴 양수기가 전국적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교회에서 단한대의 양수기도 농촌으로 보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농민의 고통에 동참하자고 부르짖고 있는 이 교회에서 말이다 나는 말로서나 부르짖고 행동은 다른 사람들이 하라는 말인가.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말은 아니 함만 못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