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작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에 간호원으로 파견돼 현재 「리야드」 센트랄호시피탈에서 가톨릭간호원 회장으로 있는 최정숙(까타리나)양이 서울 신길동에 사는 전수연(마르가릿따)씨에게 보내온 편지내용을 전수연씨가 종합한 것이다. 사우디에서 겪고 있는 신앙생활의 단면과 함께 해외에 나가있는 신자들에게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편집자)
떠난지 20여일 만에 보내온 글은 첫 번째, 부닥친 문제가 종교문제라는 것이었다. 첫번째로 난관에 부딪힌 문제가 다른 문제도 아닌 종교문제였다니,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직접 당면해보지 않은 우리들로선 이해하기가 어려우리라. 한국에 있을 당시 열심이긴 했으나 신앙에 대하여서는 회의에 젖기가 일쑤였던 그녀였지만 그 민족의 종교의식과 생활풍습 속에서 느끼는 감회가 컸던 모양이다.
『일출 전과 일몰 전엔 절대 음식을 먹지 않고 연방 비실거리며 뜨거운 길을 휘청거리는 것을 볼 때 이 국민들의 신앙심에 대한 연민의 정과 나 자신의 신앙생활을 반성하곤 합니다.
비록 약한 우리들이지만 우리 나름대로 간소한 신앙의 모임을 갖기로 했읍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언니가 사주신「공동번역성서」와「무엇 하는 사람들인가」2권뿐입니다.』
『언니、언니밖에 제가 부탁드릴 곳이 없기에 부탁드리니 좀 도와주세요. 어떻게 가톨릭시보와 경향잡지도 좀 보았으면 해요. 너무도 삭막한 우리의 생활이랍니다.』
『우리에게 지도신부님 한분 언니가 선정해 주시겠어요? 우리만의 힘으로는 이곳 생활이 너무도 힘겨운 십자가입니다.』
그 민족의 열성적인 신앙생활에 동화되어 서로의 생각이 일치를 보아 회원들을 모으게 되었고、자기네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해나간다는 눈물겨운 글들이었다.
그녀가 회장으로 임명된 소감과 함께 날아온 내용은 주로 종교서적을 목말라하며 가톨릭시보라도 보게 해 달라는 애절한 사연들이었다. 간신히 준비한 돈으로 가톨릭시보 4부와, 경향잡지 6부를 보냈더니 이들에게서 다소의 돈이 왔다. 그러나 항공료가 너무 비싸다보니 그나마 마음대로 보낼 수가 없었다. 생각 끝에 친지 분들께 부탁 드렸더니 고맙게도 가톨릭출판사 홍보회 김산 회장님께서 성가집 10부와 상본50매를 보내주셨고, 살레시오수녀원 김우술라 수녀님께서「젊은이와 더불어」5부와 상본 30매를 주시어 나대로의 준비물과 함께 보내줄 수가 있었다.
『보내준 카드로 초대장을 돌리고 자그마한 준비도하여 간소하나마 성탄기분을 맛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공소예절을 바쳤다』는 성탄전야에 쓴 눈물에 얼룩진 글이 사진과 함께 왔다.
그들에게서 오는 사연 중 더욱 나를 우울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무래도 송료가 너무 비싸서 가톨릭시보는 서운하지만 보지 못하게 될 것 같으니 경향잡지만 보내달라는 서글픈 글이었다.
또한 지쳐가는 그들에게 활력소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지도신부를 선정해주는 것이 나로서는 급선무였다. 그곳까지 가서 돌보아줄 수는 없는 실정이니 서신으로라도 그들의 영혼에 거름을 줄 수 없을까하는 그들의 간절한 애원이 수차 날아오지만 별로 아는 사제가 없어 CCK 이종흥 신부님을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분역시 바쁘시다보니 뜻대로 되어 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너무도 미약하여 이들에게 어떤 힘도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든 흙속에 사는 우리들! 먼 나라에서 신앙생활마저도 자유롭지 못하다니… 비록 약한 영혼이지만 굳세게 살기를 몸부림치며 신앙을 갈망하는 그들에게 고마운 손길을 주실 분은 안계신지! 지금 그들에겐 우리의 작은 힘이 너무도 갈구되고 있는 상태이다.
어느 분이든 이 갈증을 메워줄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천ㆍ만번 고개 숙여 사례를 올리고 픈 심정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몇 달 전 예비중인 간호원이 그곳에서 내가 보낸 가톨릭시보를 읽고는 사제양성에 써달라고 얼마의 돈을 시보사에 보내온 글을 시보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읽곤 그녀에 대한 감사의 마음 금할 길 a없었다.
신자도 아닌 그 아가씨는 이렇게 까지 미지의 성소자를 위해 따뜻한 사랑의 실천을 보이는데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이종교지 한부마저도 보내주기 어렵다는 현실이 얼마나 슬픈일인가.
이들 간호원들 외에도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하겠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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