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성탄을 보람 있게 지내기 위하여 몇이서 상의한 끝에 풍금을 하나 사가지고 전방장병들을 위문하러 간일이 있다. 풍금을 싣고 전방으로 향하여 가는 도중에 여러가지 대화가 오고갔다. 필자가 쑥스럽게도 사랑과 봉사에 대하여 말을 했을 때 곁에 있던 비신자가 항의라도 하듯이 대꾸하였다. 『나도 풍금을 사기위하여기 만원을 부담하고 추운 날씨에도 시간을 내어 전방에까지 함께 가고 있지만 사실 누구를 위하여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아스럽고 마음이 괴롭기 때문에 집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하고 나를 깨우쳐주듯이 말하였다. 결국 크리스찬까지도 이웃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신을 위하고 남을 도와준다고 하면서 자신을 돕고 불쌍한 사람을 도구로 삼아 자신을 기쁘게 하는 위선을 삼가야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지도자층의 종교인들이 구국이다、정의구현이다 사회악의 추방이다 하고 자유와 평등과 생활개선을 갈망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밝은 내일을 약속하기위하여 열심히 기도하고 수고까지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모두가 용두사미격이 되어서 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하는 측도 있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사랑을 잘못 이해한 분들이 현실을 잘못 파악하고 기도의 정신을 잘 모르고 감정과 영웅심에 도취되어 성급하게 행동에 옮기다가 교회와 사회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하여 사회를 돕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회참여가 특히 지도자의 경우、위선과 교만에서 연유할 수 있고 사회에 불행한 결과를 도래케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반성한 다음에 행동으로 옮겨야함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것이다.
주님의 모상이며 형제인 사람의 권리 특히 불쌍한 이웃의 권리를 옹호하고 도우려고 노력하는 훌륭한 종교인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크리스찬 사랑을 빙자하여 이웃을 도와준다고 하는 신자가 사랑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어떤 행동으로써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수가 있다.
자기편의 사람을 위해서는 번쩍하면 인권을 부르짖고 있지만 자기와 상관없는 사람의 인권은 아랑곳없이 짓밟는 경우도 있다 한다. 이처럼 편파적인 이기적인 행위를 가톨릭운동이라고 하며 교회이름으로 이행할 수 있겠는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구태어 크리스찬 운동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만인의 행복을 축원하는 교회는 원수의 행복까지도 기원해야 하지 않는가? 나와 상관이 있건 없건 잃어버린 한마리양을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것이 크리스찬 정신이 아닌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이 무조건 부당하고 사회운동 자체가 나쁘다고 할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악을 일소하기 위하여 노력한 종교지도자들이 하나같이 모두 독선자라는 말도 아닐 것이다. 다만 크리스찬 이름으로 정의를 찾고 사랑을 내세울 때 감정과 명예욕에 치우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해야만 영구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랑이 없는 행동은 또 하나의 부조리의 싹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톨릭정신에 입각하여 인권을 따질 때 나와 우리본당과 교구의 권리보다는 오히려 나와 상관이 없는 편의 권리를 배려해야만 하지 않을까? 나의 권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나와 상관이 없는 남의 인격을 존중하고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더욱 힘겨운 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각별히 덕행과 수양을 쌓아야만 하지 않을까?
감정에 치우쳐 일시적으로 큰일을 착수하다가 중단하는 것 보다는 크리스찬 사랑에 뿌리를 박은 작은 일을 영구적으로 계속함이 더욱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따르는 행동은 만인을 위한 것이므로 편파적일 수 없다. 더구나 자기편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짓밟을 수는 없다. 자신은 남의 권리를 경멸하면서 남을 비판하거나 혼자서만 좋은 일을 다 하는 척하는 독선도 삼가야 하지 않을까?
현실 사회는 겸손하고 공정한 교회지도자의 사회참여를 기피하고 있다고 본다. 교만한 지도자는 처음에는 어떤 과업을 성취시키는 것 같아도 결국에 가서는 사회를 어지럽게 하고 교회 안에 혼란을 가져오며 지신마저 허전하고 불만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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