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부터 이제까지 수개월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전국적으로 막심한 한해를 입고 있다.
보리를 비롯한 밭농사는 이미 폐농에 가까운 정도에 이르렀고 한국농사의 주종인 벼농사는 못자리도 물이 마르고 수리가 불완전한 곳에는 모내기를 할 수가 없고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은 거북의 등처럼 논바닥이 모두 갈라져있는 형편이다.
지금 전국각지에서 강물을 막고, 샘을 파고 양수기를 동원하는 등 비상대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하수마저 고갈의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이로 인하여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수도 식수에도 대부분의 도시지역에서 극심한 곤란을 당하고 심지어는 공업용수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쳐 일부 공장에는 조업에 큰 같은 가뭄은 수 십 년만에 처음 보는 현상인 것 같다.
옛날부터 이러한 큰 재해가 있을 때에는 나라의 위정자는 하늘에 비를 비는 제사를 바치고 온 국민들은 경건히 각지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것을 예사로 했다.
오늘날은 이런 일보다는 과학기술과 인간의 지혜화 능력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만반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는 인사를 다하고 천명을 기다리는 정신에 따라 백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교회로서는 만사가 하느님의 안배에 있음을 믿고 또 바라는 처지에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와 같이 양식의 원천이 되는 농사에 지장이 없도록 더욱 열심히 기도해야겠다.
그러므로 각 교회미사에서 혹은 단체, 개인적으로 많은 기도가 바쳐지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극심한 한재를 당하여 생각되는바 몇 가지 사항을 다 같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古來로 農者는 天下之大本이라고했다.
의ㆍ식ㆍ주ㆍ에 먹는 것이 제일가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든 식량 확보를 제일우선으로 하고 다음으로 공업ㆍ상업의 진흥책을 병행하는 것이 대원칙으로 되어있다. 그러므로 동양에서는 土農工商의 순위를 일컬어왔다.
한편, 자고로 위정의 근본을 治山治水에 두었다는 슬기는 오늘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농정에 있어서는 수해나 한해를 예방하는 데는 治山해서 수원을 확보하고 治水ㆍ理水해서 수리를 좋게 하는데 기본이 있다.
그런데 근자 십 수 년 이래 국가 근대화 정책이 공업화에 편중한 나머지 농정의 기본이 되는 수리정책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오늘날의 양수기대책 등은 그야말로 臨渴堀井의 만시지탄이 없지 않다. 또 최근에 와서 벼농사의 품종개량으로 인해 예기이상의 다수확을 거둔 이른바 녹색혁명은 실로 놀라울만한 성과이었다. 쌀 4천5백만섬의 생산은 참으로 획기적인 기록이었다. 그러나 이에 너무 낙관한 국민과 위정자는 쌀의 비축보다도 쌀의 소비에 성급하게 나선 것은 일년 앞을 못 본 無傭有患이 아니겠는가.
창세기에서 보는 애급의 요셉이 7년의 흉년을 내다보고 7년의 풍년곡식을 비축한 지혜를 오늘의 우리도 본받아야하겠다. 여하간 우리는 이달의 중순까지도 풍족한 비를 얻지 못할 차질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물가앙등 등 민생문제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물론 혹심한 가뭄은 하나의 천재로서 인력이 미치지 못하는 바이지만 우리에게 대한 큰 시련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것은 위정자와 국민모두에게 주는 하나의 경각심을 깊히 깨달아야 하겠다.
이러한 시기에 있어서 교회로서는 마땅히 국민의 기쁨과 슬픔에 동참하는 정신에서 모든 한해 대책의 대열에 솔선 참가해야겠다. 먼저 奉敎會的으로 기우미사봉헌을 하는 성의을 드러냈으면 좋을 것 같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시련과 은총을 아울러 주신다. 온 계례가 큰 가뭄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아우성을 들으시고 우리를 긍련히 여기시는 은총을 주시리라고 굳게 믿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특히 농촌의 제일선에서 사목하는 성직자와 신도들은 이때에 모든 사람에 앞장서 시련극복의 모법을 실천하고 난국에서의 이웃사랑의 보편성을 여실히 드러내야겠다.
또한 도시교회에서도 단연코 대안의 화재시하지 말고 한해에 시달리는 농민들에게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해 도움의 손길을 뻗쳐야하겠다.
끝으로 선인들과 악인들에게 다 같이 비를 내리시는 하느님께 우리 한반도전역에 넉넉한 비를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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