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누운 남편은 눈을 지그시 감고 팔을 이마위에 올려 놓은 채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하고 있는지 침통한 표정만 지을 뿐 아무 말이 없었읍니다.
저는 재빨리 약통을 가져다 소독수로 발가락의 피를 닦아내고 약을 바르면서 쓰리고 아픈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마구 흐느껴 울었읍니다.
남편 앞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해왔건만 이때만은 뚬벙뚬벙 떨어지는 눈물을 걷잡을 수가 없었읍니다.
생각 같아서는 목을 놓아 실컷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읍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죽은 사람도 아닌 산사람을 쥐가 뜯어먹다니….
밤새도록 자기발가락을 뜯어먹어도 아픈 줄도 모르고 잠만 잤던 불쌍한 남편, 이런 꼴을 당한 당신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겠읍니까.
인정도 없고 눈물도 없는 못 쓸 놈의 쥐야、
어쩌자고 너까지 불쌍한 우리남편에게 슬픔과 괴로움을 주고 내 눈에서 눈물을 나오게 한 단말이냐?
병신 되어 기지도 걷지도 못하고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한숨과 눈물로 한스런 세상을 살고 있는 가련한 우리남편인데….
거리에 나서면 차갑고 싸늘한 뭇시선 속에 철부지 꼬마들의 놀림을 받아가며 서럽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남편인데….
어쩌자고 너마저 우리를 슬프게 하더란 말이냐.
여보! 지금 당신의 마음 얼마나 아프시겠어요. 이럴 때 저는 당신의 아픈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드려야 합니까.
저는 떨리는 손으로 겨우 치료를 해주며 침통하게 누워있는 남편이 한없이 딱해서 남편의 발을 뜯어먹은 쥐가 눈앞에 있기라도 하면 당장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독한 감정을 안고 속으로 마냥 넋두리를 해댔읍니다.
참으로 이토록 살을 저며 내는 아픔과 쓰라린 이내 심정을 그 누가 알아준단 말인가.
무슨 일을 당하고 나면 꼭 후회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날 밤 방문만 닫고 잠을 잤어도 오늘 이런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덥다고 방문을 전부 열어놓고 잔 것이 큰 잘못이었읍니다.
저는 모든 것이 제 잘못인 것 같아 가슴을 치고 싶도록 후회스러웠읍니다.
그 뒤로 남편은 발가락의 상처 때문에 휠체어를 탈수가 없어 그 무더운 여름날을 자리에 누워 지내야했으며 남편의 상처가 쉽사리 낫지 않고 오래가는 만큼 매일매일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해주면서 제 마음도 같은 아픔을 느껴야 했읍니다.
장사는 여름철이 지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기시작하면서부터 각 가정에서 곤로 대신 연탄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석유곤로 장사도 별로 경기가 없었읍니다.
그렇게 되자 남편은 한정된 지역에 곤로 보급은 한계점에 이르러 앞으로는 별다른 전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외딴산골에서 자연과 새소리만을 벗하며 조용히 살다온 남편에게는 아무리 돈벌이도 좋지만 그토록 건강에 무리가 되고 적성에 맞지 않는 장사를 더 이상 계속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 같아 시동생과 상의 끝에 우리는 곤로 장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읍니다.
그래서 장사를 시작한지 꼭 일 년 만에 가게를 정리하고 그이의 매형께서 베풀어주신 호의로 읍내변두리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는 매형댁 뒷 터에다 조그만 구멍가게를 지어 그해 12월초하루 이사를 했읍니다.
집은 새집이라고는 하나 내부수리만 하였을 뿐 밖은 아직 수리를 하지 않아 벽돌로 쌓아올린 그대로 엉성하고 어설프기까지 하였지만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집이라고 생각하니 그 어느 호화주택이 부럽지 않았고 한없이 기쁜 마음뿐이었읍니다.
그러나 그토록 우리를 자식처럼 생각해주고 불쌍히 여겨 아낌없는 동정과 배려를 베풀어 주시며 돌보아 주시던 주인댁 어른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참으로 섭섭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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