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 무던히도 가고 싶었고 마음을 끌었던 종교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13년전 성당 문을 들어서면서 남보다 더 배우고 더 익혀서 착실한 신자가 되어보리라 생각했다. 덕분에 6개월 후, 도미니꼬라는 영세명과 함께 영세 받고 또 JOC도 가입해서 나름대로 신앙심을 키우려 했다. 그러나 자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채 하루하루 성숙해야 할 신앙심이 자신도 모르게 그 반대방향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년 후에는 완전히 교회와 담을 쌓고 냉담자란 낙인과 함께 이 세상에서 남을 속이고 나쁜 짓을 도맡은 양 방탕하고 무절제한 생활을 계속했다.
오히려 그러한 생활을 정당시하기도 했다.
그러던차 드디어 주님의 노여움이 나에게 다가왔다.
수 년 동안 앓아오던 결핵이 재발한 것이었다. 그칠 줄 모르는 기침과 각혈, 나의 육신은 하루가 되듯 생을 포기한 듯했으나 이웃친척 누구하나 찾아와서 위로의 말 한마디 하는 사람 없었다.
외롭고 슬펐다. 오직 곁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아내와 딸만이 눈물로써 그 순간 순간을 넘기고 있었다.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병마에 시달려야했다. 그 순간 머리를 스쳐가는 십자가의 주님, 지금까지의 잘못을 깨닫기 앞서 주님 곁으로 한시바삐 돌아가고 싶었다.
이것이 인간의 사한 마음인지 모른다. 죽음을 눈앞에 바라보면서 10년만에 찾아간 성당, 반가움과 두려움과 포근함이 함께 온몸을 덮었다. 수 년 만에 그어보는 성호 미사참례, 모두가 친근하면서도 낯설기만 했다.
다시 느꼈다. 외로움과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할 분은 친척ㆍ이웃이 아닌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뿐이란 것을….
그 시간부터 아내와 딸과 함께 교리반도 열심히 나가서 배웠고 색깔마저 변해서 휴지처럼 되어버린 교적도 바로잡았다. 다시금 한 교우로서의 발 돋음이었다.
진실한 회개와 더불어 나의 건강을 주님께 온가족이 간절히 간구했다. 전능하시고 인자하신 주님은 나를 버리지 않으시고 저들의 기도를 들으시어 삶의 기롤 인도하여 주셨다.
마산국립병원에 주님의 뜻에 따라 어렵게 편입원이 결정되었다.
기쁨과 반가움, 다시금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편 아내와 딸의 영세문제가 걱정되었으나 나의 간절한 부탁과 본인의 굳은 뜻을 믿으면서 병원으로 향했다.
싹트는 신앙심을 입원생활동안 가포 천주교회에서 홀로 계시는 수녀님의 노력과 보살핌 속에서 굳혀갔으며 하루하루 건강의 회복도 있었다. 어느 정도의 건강을 회복하면서 5개월째 접어든 어느 날 아내로부터 반가운 소식, 영세와 함께 혼배성사를 받으러 잠시 다녀가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의 기쁨,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아내는 엘리사벳, 딸은 막달레나.
영세명과 함께 우리부부도 혼배성사를 받아 당당히 주님의 가족으로서 출발하게 되었다.
주어진 6개월간의 병원생활, 어느 정도의 건강을 찾아서 퇴원할 때 수녀님으로부터 선물과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가슴속에 깊이 간작하며 정들었던 병원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도 약을 먹고 요양하는 건강치 못한 육신이지만 마음은 건강하다. 오늘도 조금씩 커가는 신앙심과 함께 내려주는 주님의 은총을 빠뜨리지 않고 모래가정이 아닌 찰흙가정이 되어서 넉넉 못한 생활 속에서도 하나하나 받으면서 이생을 다하는 날까지 주님 곁에 머물며 어떠한 역경과 유혹이 오더라도 오직 주님을 등지지 않고 두 손 모아 주님을 향할 수 있게끔 다짐하고 노력하면서 오늘은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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