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 기쁘지?』
『뭐 사소한 기쁜 일이 많겠지만 뭐니뭐니해도 많은 돈이 생겼을 때 제일 기뻐요』
『그렇겠구나. 돈이 많이 생기면 참 기쁘겠구나!』
『그래두요. 우리는 마음 놓고 기뻐 할 수 없어요. 우리는 늘 기쁨다움에 올 슬픔을 먼저 생각해요 늘 그래 왔거던요. 한번 기쁘면 그 댓가라고 치루 듯, 두 번 슬픈 일을 당해 왔거던요.』
『…!』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참! 그때는 정말로 기뻤어요. 왜 있잖아요. 노동절 때 우리 피정 갔다 왔을 때 말이에요.
피정 받고 얼마나 기뻤던지 몰라요. 아무 걱정도 생각도 안하고 생전처럼 기뻐해봤어요』
나는 코끝이 찡ㅡ해왔다.
귀여운 마르가라따, 사랑스러운 우리 근로청소년들.
그날은 아침에 비가 왔었다.
우리청소년들은 하루잡업을 끝내고 저녁도 굶고 공장에서 퇴근하는 길로 찬 봄비를 촉촉히 맞으며 피정하려고 떠났다.
얼굴들은 배고픔도 피곤도 잊은 듯 두 눈을 반짝이며 마치 소풍 떠나는 유치원생 같았다.
이들이 이렇듯 기뻐하고 잊지 못하는 피정!
이것은 기업주도, 부모도, 친구도, 애인도 아무도 줄 수 없는, 오로지 교회만이 줄 수 있는 소중한 보람이다.
물질만능의 세상이지만 돈을 많이 받은 것보다 몇 배나 더 큰 기쁨!
평생 사라지지 않을 이 기쁨은 오로지 교회만이 이들에게 주어야하는 자산이 아닐까?
근로청소년들은 일요일도 출근해야 한다.
가뭄에 단비 기다리듯 우리청소년들은 미사를, 피정을, 교회모임의 기회를 갈망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의 미사시간에 이들은 맞출 수가 없다.
공장에서 정상근무를 해야 하고 잔업과 특근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교회가 이들을 위하여 이들이 시간에 맞추어야 할 때인것 같다.
공장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주일날 우리 근로청소년들의 마음은 교회로 향하고 슬퍼지기만 한다.
일요일에 점심시간을 이용해서라도 잠깐 작업장에서 미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주일이 어려우면 한 달에 한번만 이라도 우리들의 신부님께서 저들을 위하여 기억하시고, 찾아주시고, 미사를 집전해주신다면 학벌도 없고, 돈도 없고 특별한 기술도 없으며 고향과 가족을 멀리 떠나 외롭고, 서럽게, 살아가는 우리근로청소년들은 기쁘고, 감사하고, 만족하며, 마음은 든든하여 스스로 가톨릭신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작업에 임해서도, 이웃에게도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공장엔 주일날이면 목사님이 오셔서 12시40분~1시40분까지 예배드린다고 한다.
그 시간에 작업장에 들어가는 우리가톨릭청소년들은 한없는 부러움과 외로움을 느껴야만 한다.
이 시간의 이들은 교회로부터 외면당한 기아와 같은 외로움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이들에게 세심한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고 한가지씩 한가지씩 베풀어주고 토닥거려주어야 할 것이다.
피정이 어떤 것인지 전연 모르는 우리 청소년들도 많다.
우리 근로청소년들이 자신들에게 시간이 있을 때 언제나 피정을 받을 수 있다면….
하는 이 생각은 실천가능성이 없는 한낱 엉뚱한 공상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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