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조국이 가난하다는 사실에 무한하고 마음을 느꼈습니다.』-이는 해외에 장기간체류 했다가 귀국한 어느 신자가 털어놓은 얘기이다. 모두가 잘살아보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 판국에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 사람의 주장을 듣고 보면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 말은 가난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가난하기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선진제국에서는 눈딲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선진제국은 오늘날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웬만한 일들은 기계가 다 처리해줄 정도이다. 가난에 찌들리고 먹고 살기위한 투쟁의 연속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눈에 비친 이들의 외형적인 생활은 선망의 的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이면은 그렇게 행복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물질문명이 가져온 극단적인 이기주의ㆍ개인주의가 이들의 정신세계를 좀먹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 풍요 속에 편리주의에 젖은 이들에겐「내」가 있을 뿐이지 공동체안의「우리」란 개념은 점차 사라져간다. 이것은 심지어 부모와 자식、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老부모의 장례식에도 장례비 자식 된 도리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고 참석조차 않는 젊은이가 늘어가는 실정이다. 부모를 위해서도 또 배우자를 위해서도 자신의 희생을 아까와 한다. 자신의 쾌락추구에 지장이 되는 모든 정신적인 부담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매년 이혼률이 높아지지 않을 수가 없다.
▲소련의 망명작가 솔제니친은『물질적 부를 이룩한 미국 국민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지만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학 졸업식장에서의 연설을 통해 그는『보다 많은 물질 보다 좋은 생활을 끊임없이 희구하고 또 이것을 얻기 위해 투쟁함으로써 서방사람들의 얼굴엔 근심과 무기력의 빛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정신적인 것에 등을 돌림으로써 악에 대한 접근을 가져다준」물질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보낸 것이다.
▲물론 물질주의에 대한 경고 뿐만은 아니지만 솔제니친의 이 비판은 美언론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세계제일의 富와도 덕성을 자랑하는 미국인의 콧대가 꺾인 셈이다. 문제 속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기에 자신의 문제점을 찾기엔 오히려 힘이 들런지도 모른다. 정과 정이 통하는 전통적 농경사회 속에서 가난하게 살아오던 우리가 기계문명의 몸서리치는 면은 오히려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질적 富는 이룩하더라도「마음의 가난」까지 버려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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