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지치게 하는 더위도 아랑곳없이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논과 밭에서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흙과 싸우는 공소형제들! 그래도 정오가 되면 함께 일손을 멈추고 흙이 묻은 흙손 그대로 이마와 가슴과 양어깨에 성호를 그으며 삼종을 올린다. 그들의 정성어린 기도는 화살처럼 창공을 치솟는 듯하다.
본당 형제들께서는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과 신부님, 수녀님, 전교사님과 함께 외롭지 않게 영성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공소형제나 자매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목자를 갈망하고 있다. 어느 지방공소이건 그 지방 본당에 소속되어있어 본당 신부의 지도를 받고 있으나 신부의 벅찬 성무는 육칠십리 되는 공소까지 알뜰히 돌봐주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이삼백명 신자가 살고 있고 지리조건으로 보아 앞으로 본당을 바라보는 대공소라 할지라도 유급전교사, 아니 교리교사 한 분 없이 지내는 실정이고 보니 자녀들의 교리교육문제뿐아니라 공소의 앞날이 암담하기만 하다.
성실하신 본당신부님을 모셨다면 그래도 일 년에 몇 차례 들려주시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춘추판공 두 차례로 일년 공소행사는 끝나는 형편이니 말이다. 어느 한 공소를 지목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공소문제라면 거의가 다 이런 실정이리라 믿는다.
그리스도 안에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우리는 공소문제가 물 건너 불이야기가 아니라 무언가 전문적인 연구와 협조를 이루어야만 될 것 같다.
남의 염병이 나의 고뿔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남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해주기란 어려운 일이겠으나 공소 교우들이 늘 『주여, 우리들을 이대로 버려두시나이까. 우리에게도 하루속히 목자를 보내 주시 옵고, 교리 선생님을 보내주시어 우리와 우리자녀들의 허약한 영혼을 지도하게 해주소서.』라고 드리는 기도는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무한히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느님,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이 당신만을 굳게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도록 용기를,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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