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병의 약 33%가 소음 때문이라고 한다. 불란서의 건강보건협회가 조사하여 발표한 것이다. 그러므로 동협회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소음(騷音) 퇴치운동을 버리겠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이웃의 피아노소리를 견디다 못하여 그 주인 일가족을 몰살한 사건이 일어나 소음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일상생활의 주변을 보더라도 확실히 문제가 크고 또 날이 갈수록 심해가고 있는듯하다. 이를테면 어쩌다 일찍 일어난 아침에 뒷산에 올라가 보면 그렇게 조용하던 그곳에 소음이 가득하다. 약수터가 셋이나 있는 길다란 능선을 따라서 가노라면<이야호>의 기성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그것들이 서로 어우러져서 퍼져나간다. 이삼백명이 법석대는데 대 여섯 사람에 하나쯤 되게 라디오를 갖고 있다. 소리를 흘리면서 지나는가하면 아예 땅에다 세워놓고서는 일부러 볼륨을 높여서 서비스(?)하기도 한다. 아침식사 때쯤이면 옆집 앞집 뒷집 골목길에서 여러 가지 소리가 모여들고 몇 백m나 떨어진 중고등학교에서 조회준비에 바쁜 숨찬 호령과 행진곡이 날라든다.
출근길에 그 숱한 자동차 소리, 거리와 버스안의 방송 소리를 뒤로하고 사무실로 들어서면 또한 웅장한 행진곡이 맞이한다. 엘리베이터의 음악을 거쳐서 책상에 앉을 즈음에는 이쪽보다 낮은 옆 건물의 그 옥상에서 아침마다 하는 집단체조 소리-구령에, 음악에, 이것이 끝나면 으례히 그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전화의 벨에 이은 통화하는 소리, 그리고 점심때가 되면 정오의 휴식음악이 한 시간 계속된다.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에서 피로를 풀어준답시고 보내는 것인데 곡이 바뀔 적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따위의 훈계담을 아가씨가 열심히 토한다. 그리고는 또 무슨 공지사항들이 불쑥 튀어나온다.
식당에서 다방에서 이발소와 거리의 레코드가게에서는 촌각을 쉬지 않고 흘러간 옛 곡조나 행진곡을 윙윙 거린다.
주일과 수요일(밤)에는 집주위에 있는 세 개의 교회에서 서로가 시새움하듯 보내는 차임벨소리는 늘 짜증을 일으키게 한다. 뿐만 아니라 동회의 확성기가 소음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굉장히 힘센 확성기를 가지고 새벽이나 밤중을 가리지 않는다. 공지사항이란 것은 꼭 그렇게 깜짝깜짝 놀라게 하지 않고서는 안 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며 집 잃은 어린이를, 찾아달라든지 육성노래까지 나오는 까닭을 도시 알 수 없다.
허구 헌 날 사방에서 이처럼 소리가 조여드니 신경병이 날만하지 않는가.
의부와의 접촉이 아주 적은 일에 종사하는 내가 이러할 때 다른 사람의 경우는 몇 배가 더하리라고 생각된다.
소음은 이제생활의 속성이요 사회문제이다. 주의력을 허트러지게 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고 진실과 거짓을 함께 파묻으며 공연히 숨 가쁘게 만든다. 그리하여 사회전체의 올바른 발전을 더디게 할뿐 아니라 전반적인 안정을 또한 헤치게 한다.
소음은 항상 듣는 쪽의 의사를 아주 무시하고 느닷없이 닥친다. 받는 쪽에 받고 안 받고의 자유가 없다는 접에서 폭력이다. 상처가 나지 않게 하면서 판단을 잘못되게 몰아부니는 것이기에 더욱 고약한 폭력이다. 모든 소리는 받는 쪽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때에는 소음이 되고 만다.
매스콤의 모든 미디어로 결국은 소리라고 볼 수 있다. 글은 소리의 연장이다. 대중의 알고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전달하지 않는 일방통행인 때에는 소음이 되고 만다. 교육과 훈련도 그럴 가능성이 아주 짙다. 제 아무리 화려하고 조리가 서고 고와도 받는 편이 비판하고 수정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 소음 아닌 정보가 될 수 있다. 통신공학에서는 수신측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체의 소리를 잡음 즉 소음으로 본다. 이 소음스런 시대를 사는 우리는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신경병에만 걸려야 하는가? 아니면 서로의 노력으로 소음들이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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