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이 조금이라 그나마 가게를 절반으로 줄여 칸을 막고 그야말로 조그만 구멍가게를 만들고 시동생이 도매상에서 삼만여원어치 물건을 해다 펼쳐놓으니 참으로 하찮아보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재미는 있었습니다.
5원, 10원짜리 동전을 들고 와서『자요, 자요』하며 내미는 어린꼬마들의 고사리 같은 손이 한없이 귀엽기만 하고 무엇보다 곤로장사 할 때 보다는 신경이 덜 쓰여 마음이 훨씬 편해서 좋았습니다. 하루온종일 코 묻은 돈을 줘 모아 저녁이 되면 남편은 그날그날 매상된 돈을 일일이 헤아려보곤 했는데 이 시간이 우리에게는 커다란 즐거움과 희망을 주기도하고 또한 비관과 서글픔을 주기도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여보 오늘은 얼마치나 팔렸어요?』
『응, 오늘은 풍년인데! 평년작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하하하…』
『그래요? 오늘은 자사가 잘 된 모양이에요.』
『음 그런가봐. 오늘처럼 장사가 잘되면 우리도 땅 사서 농사지을 수 있을 텐데』
『당신은 그렇게도 농사가 짓고 싶으세요?』
『암 그렇고말고 남들 농사가 짓는 것 보면 부러워 못 견디겠어. 더도 말고 세마지기만 있으면 좋겠어. 식량걱정이나 안하게』
『당신 또 세마지기 타령이군요. 농사를 지을려면 많이 져야지 어쩌면 남자가 그렇게도 욕심이 없으세요』
『욕심? 우리 욕심 부리지 말고 살기로 했지 않아?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분수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항상 불만과 갈등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지 못한 채 욕구불만으로 가득 찬 삶을 사는 게 아니겠어? 욕심을 부리는 한 그 사람은 결코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거야』
저녁에 돈 통을 열어 돈을 헤아려본 후 평년작 이상이면 우리는 즐거움과 미래의 부푼 꿈도 가져보지만 그 이하이면 그 어떤 희망이 좌절되는 것 같아 서글픔과 생계에 대한 불안 같은 것이 스쳐와 남편도 저도 그저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가게를 시작하면서 구멍가게를 운영하여 과연 우리가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가하고 걱정을 하던 나머지 더도 말고 하루에 삼천원 어치씩만 팔려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평년작이란 우리가 살과 연탄이나 사서 최저생활을 할 수 있는 그날 매상과 삼천원을 말하는 것이며 풍년이 들었다고 함은 그날 매상이 삼천원을 넘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날 판매액이 삼천원만 되어도 만족해했고 어쩌다 장사가 잘되어 삼천원어치가 넘게 팔리면 풍년이 들었다고 좋아하며 남편의 지극히 작은 소망이기도 한 논 세마지기에 대한 꿈을 꾸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기에는 하루 매상액 삼·사천원을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 것은 가게를 시작한지 몇 달이지난 훨씬 뒤의 일이었습니다.
한번 물건을 구입 해다 놓으면 외상으로 깔려나가고 집어먹어서 없어지고 또 먹고 살다보니 물건은 자꾸만 줄어들어가 가게는 점점 현상유지가 어렵게 되고 새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언제나 돈 때문에 곤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형님의 일이라면 자기 일을 제쳐놓고 보살펴주고 도와주는 시동생은 물건 떼는데 보태라고 돈을 내놓으며『형수씨는 돈 벌려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저 심심풀이로 해나가세요. 돈은 제가 벌 테니까』사냥하고 따뜻이 위로해주는 시동생의 말은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었으나 비록 여자의 몸이라고는 하나 제 육신이 움직일 수 있는 한 열심히 노력해서 되도록이면 동기간이나 친구들한테 폐를 끼치지 말고 성실하게 살아가 보자고 스스로 다짐해보는 저로서는 번번이 시동생의 도움을 받고 부담을 준다는 것이 여간 마음 무거운 것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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