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우리 인간들을 당신 품안으로 부르시는 방법은 각양각색인 듯하다.
평범한 일상생활 중에 부르시기도 하고 혹은 어떤 시련을 주셔서 당신을 찾아 나서도록 자극을 주시기도 하는 모양이다.
나는 처녀시절에 가톨릭계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가톨릭교회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마음만 먹었다면 영세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웬지 모르게 자꾸 미루게 되었고 나중에 출가한 후 영세하리라고 작정했었다.
세월이 흘러 결혼은 했지만 결혼 후 영세하려던 내 결심과는 전혀 딴판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었다. 내 남편은 중등학교 교사였다. 한곳에 오래 살아야 불과 몇 년, 남편이 전근될 때마다 따라다니면서 어린애들을 키워야했던 내게는 교회에 나가겠다는 생각조차도 까마득히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게다가 남편은 내가 성당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 눈치였다.
그러던 중 내게는 시련이 닥쳐왔다.
벌써 5년 전부터 조금씩 앓아왔던 위궤양이 이제는 어떤 약이나 의술로도 고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주위사람들은 한 결 같이 죽을병이라면서 걱정들만 하고 있었다.
이때 이웃의 할머니 한분이 전도관에 나가면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자꾸만 권유해 왔다. 위급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말을 그때처럼 실감해본 적이 없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그런 행동이 한없이 후회스럽고 미련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처녀 시절에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올바로 하느님을 따르지 못한, 하느님의 자비를 배은망덕한 나의 교만에 대한 벌로 느껴진다.
전도관에는 딱 한번밖에는 가지 않았다.
내 병이 완쾌된다 해도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때서야 비로소 처녀시절에 품었던 마음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만사를 제쳐놓고 성당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 집안에는 큰애가 국민학교 4학년, 여아가 1학년 그리고 막내가 5살이었다. 한시라도 애들 뒷바라지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때에 몸져누운 내심정은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때 출장이 잦았던 남편은 집에만 돌아오면 내 병을 염려하고 간호해주시기에 온통 자신의 피로함은 개의치도 않으셨다.
하루는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전혀 차도가 없는 내 병세를 보고 성당에 한번 나가보라고 처음으로 허락 겸 권유하셨다. 남편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아픔은 일시에 사라지는듯했으며 당장에라도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갈듯 한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일요일 미사참례는 물론 예비자 교리반에도 열심히 다니며 영세를 준비했다.
그런지 몇 달 후인 1969년 12월 23일 나는 드디어 세례를 받고 하느님 품안에 안겼다.
그날의 감격은 필설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으리만큼 내 생을 통해 또 다시 이런 기쁜 날이 있을까하는 느낌이었다.
영세한지 얼마 후 나는 딸애와 막내아들도 성당에 데리고 나가 영세를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과 아버지가 나가시면 그때 함께 성당에 가겠다고 버티는 큰아들 때문에 당하는 고충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기에 나는 주일날 부부와 자녀들이 함께 손을 잡고 교회에 가는 것을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고 반면「짝교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장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가 없다. 언제 가는 주께서 내 남편과 큰아들을 다함께 당신품안에 불러주실 것을 확신하면서 나는 오늘도 주님 앞에서 두 손을 모은다.
본사는 입교수기 일선전교사의 체험기 독자논단 제언 등 독자여러분의 참신한 글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입교수기는 입교동기와 입교당시의 심리적 배경 등을 내용으로 적어 보내시면 되고 독자논단 제언 등은 여러분이 교회에 제안하시고 싶은 말들을 적으시면 됩니다.
많은 투고바랍니다.<편집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