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생각다 못해 콩나물을 길러서 팔기로 결심하고 그해 여름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동이를 몇 개 빌려다가 부엌에서 콩나물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가게에서 팔 것이니 기르려했던 것이 하다 보니 기왕에 기르는 수고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차츰차츰 동이수를 늘려 다른 식료품가게 두어 집을 더 잡아 도매를 내주게 되었던 것인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 집에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이 되고 이제는 놓을 수 없는 생계수단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 덕택에 저는 콩나물장수가 되었고 우리 집은 콩나물 집으로 불리어지고 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저는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에게 구걸하지 않고 궁색 떨지 않으며 남의 도움 받지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힘껏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이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을 주시고 일용할 양식을 저에게 주시는 하느님께 항상 감사하면서 굳세게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처음 제가 콩나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나설 때는 남편은 보기 싫다고 무척말리고 심한 역정을 부리기도 하였습니다.
『율리아, 그거 당장 집어 쳐. 꼴도 보기 싫으니』
『뭐가 꼴도 보기 싫다는 거예요. 먹고 살려면 무엇이건 해야지요.』
『그런 것 안하면 못 먹고 살아? 설마 산입에 거미줄 치지는 않을 테니 걱정마. 당신은 콩나물동이 이고 왔다 갔다 하기 창피하지도 않아?』
『창피하기는 뭐가 창피해요. 내가 벌어 나 먹고사는데 뭐가 창피해요. 누가 도둑질해서 먹고 사나요?』
『어쨌던 나는 당신 그러고 다니는 거 꼴도 보기 싫단 말야. 내일 당장 그만둬』
『안돼요. 저는 해야 돼요. 생각해보세요. 구멍가게해서는 우리 못 먹고 살아요. 밥 굶고 살면 누가 우리 먹여 살린대요?』
『준철이가 있지 않아 설마 형이 굶고 있는데 가만있겠어.』
『당신 그런 생각 버리세요. 동기간한테 신세지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그것도 서로 못 할 일이예요. 내가 육신이 멀쩡한데 왜 시동생한테 의지하고 못 할일을 시켜요/ 할 수 있는데 까지는 내가 노력해서 살아야지요.』
『정 그렇게 고집피우겠어?』
『예 이것만은 할 수 없어요. 제발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당신은 모르는 척 해주세요.
제가 이 고집 때문에 당신한테 시집왔지 않아요.』
『……』
남편은 제가 이 말을 하자 더 이상 제고집을 꺾지 못하고 하루 이틀 지남에 따라 차츰 콩나물 기르는 일에 협조를 해주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자 저는 윗방에다 연탄난로를 피워 동이를 죽 늘어놓고 콩나물을 길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콩나물을 기르는 일은 결코 수월한 것은 아니었으며 온갖 정성과 많은 어려움이 따라야만했습니다.
남들은 하기 좋은 말로
『어이구 어쩌면 이렇게 콩나물이 이쁘게 자랐어. 콩나물도 꼭 주인을 닮아 이쁘게도 자랐네.』
『도대체 콩나물을 어떻게 기르는데 이처럼 잔발 하나 없이 포동포동하게 잘 기르는지 나도 기술 좀 가르쳐 줘요. 무슨 약이라도 쓰는가요?』
하며 말을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저는 저 나름대로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만 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약을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며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을 들어보면 어떤 콩나물공장에서는 사람들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부패 방지약이나 촉성재배법 비료 같은 것을 씀으로써 인체에 해로운 납이 검출되어 법의 단호한 심판을 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는 같은 콩나물을 길러내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어떤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했으며 돈을 벌기위해서는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워야 할 인간의 양심마저도 헌시 짝처럼 버리고 마는 비인간적인 무리들은 하루속히 이 사회에서도 도태되어야하며 무자비한 사회의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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