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오후 통풍이 잘되는 창가에 앉아서 가벼운 현악곡(絃樂 曲)이나 국내의 가곡류(歌曲 類)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여간 편해지지 않는다. 대중가수가 부르는 깐소네 가운데 칠죄종(七罪宗)을 노래한「메아ㆍ꿀바」는 10여 년 전에 크게 유행했지만 언제 들어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처음에는 노래제목만으로 혼자서 재미있는 웃음을 짓기도 했다.
어릴 적 내가 복사(服事)를 하던 그때는 라틴말 미사경문을 웅송했는데 고죄경의「메아꿀빠 메아꿀빠 메아막마 꿀빠…」부분이 생각나서 고소를 머금고는 했던 것이다. 가슴을 치면서 경문을 외우고 그러다가 옆자리의 복사소년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장난기 어린 표정을 서로가 읽게 되고 그러다 킬킬대기라도 하면 사제로부터 야단을 맞았던 것이다.
「메아꿀빠」노래는 어린 시절의 그런 추억을 떠올려 주기도 하지만, 다른 일면으로는 잘못된 것이면 뭐든지 남의 탓으로만 돌려 버리려고 하는 오늘날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연사하게해서 마음 무겁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아파트게이트」라는 표현으로 외신에서까지 크게 취급할 만큼 나라 안팎을 떠들썩하게 한 아파트 특수 분양사건에 있어서도 책임의 소재가 분명찮게 마무리 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따지고 보면 거기에 관련된 모든 사람의「탓」으로 그런 불상사가 빚어졌고, 투기「붐」이 일고 있는 사회현상과 그런 면상을 막지 못한 당국에 더「큰 탓」이 있으련만, 뒷맛이 개운찮게 끝나고 있다.
생활주변을 둘러봐도 우리는 책임감각, 나아가서는 최의식이 한결 무디어진 가운데 자기만은 잘하고 있다는 식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은 것 같다. 무언가가 분명히 잘못돼 가고 있는데도 잘못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 예가 허다하고, 심지어는 고백성사를 자주 보는 신자의 경우라도 의미 없는 성사를 보고 있지는 않는지, 곰곰 생각해 보게 된다.
비록 죄와 도덕은 구별된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인 면에서 바른 태도를 가져야만 좀 떳떳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근한 예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불화(不和)가 많은 것을 보는데, 특히 외아들을 혼자서 어렵게 키운 어머니가 며느리를 봤을 때 애지중지하며 키운 아들을 다른 여자한테 빼앗겼다는 마음이 앞서 질투를 하게 되고, 그것이 미움으로 변해 가정의 화목을 깨어버리고 마는 일이 있다. 이런 경우, 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아들, 이 세 사람이 저마다 자기를 반성하고 잘못돼 가고 있는 것이 자기 탓은 아닌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대화를 가진다면 불화를 씻을 수 있을게다.
외아들이 아닌데도 고부(姑婦)간에 불화가 생기는 원인으로는 이런 걸 생각할 수 있다.
시누이 또는 시동생이 올케나 형수의 잘못을 어머니에게 말했을 때 그 어머니도 맞장구를 쳐서 며느리를 작살낸다고 하자. 그러면 동생들은 힘을 얻어서 보다 큰소리로 떠들 것이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며느리는 정말로「못된 며느리」로 탈바꿈을 하고 말 것이다.
이런 경우 어머니가 자녀들 앞에서는 함께 며느리를 비방하지 말고 오히려 잘못을 가려주고 며느리한테는 따로 야단을 쳐야만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흠·드라마 소재로 충분한 어떤 애기를 통해서 나는「메아·꿀빠」의 잔잔한 의미를 씹어본다.
어머니건 동생이건 며느리건 또 누구건 간에 각자가 스스로의 잘못을 깨달아『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하고 가슴을 치는 일이 앞선다면 생활에 윤기를 더하게 하는 화목한 웃음이 집안구석구석에 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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