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부귀도 공명도 순수한 양심과 성실한 노력의 결과로 얻어졌을 때 그 기쁨과 만족은 말할 수 없이 큰 것이나 그것이 결여된 상태에서 남이야 어떻게 되던 나 혼자만 잘살고 나만이 잘되면 그만이라는 퇴폐적 사고방식에서 온갖 부도덕과 사회악적인 부조리를 자행하며 파렴치한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부귀영달을 달성했다고 해서 과연 그것이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인간본연의 양심적 자세에서 깊이 생각 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콩나물 기르는 기술을 몰라 몇 십 동이를 썩혀가며 속이상해 남 몰래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방한구석에 콩나물동이를 놓고 길러내는 것을 본대로 그저 물만 퍼주면 잘 자라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해보니 웬일인지 한번 썩기 시작하면 놓는대로 썩어나자 빠지는데는 짤딱팔딱 뛰다죽어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았으며 온몸에 맥이 쑥 빠져 콩나물에 물을 퍼주고 싶은 마음도 물을 퍼줄 기운도 없었습니다.
동이를 하나하나 삶아서 해도 안 되고 동이물을 하루에 두어번씩 새 물로 갈아줘 봐도 안 되고 정성들여 콩을 가려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콩을 구입할 때 이빨로 콩을 쪼개봐서 속이 붉은색이 나는 것은 불량 콩으로 잘 자라지 않고 썩어버리기 때문에 애당초 그렇지 않은 좋은 콩을 구입하는 것이 제일 큰 관건이 된다는 것을 안 것은 한 일 년 콩나물동이와 씨름을 해본 뒤였습니다.
첫째 콩을 좋은 것으로 구입할 것과 불량 콩을 철저히 가려내고 물을 시간 맞춰 제때에 주어야 잔발이 나지 않고 방을 어둡게 해주고 외부의 공기를 차단시켜 밀폐된 상태에서 적당한 온도를 유지시켜 주어야하며 화장품이나 식용유를 비롯한 각종 기름기를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것도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 뒤에 얻은 상식이었습니다.
이렇게 경험을 쌓다보니 콩나물 기르는 데는 이력이 생겨 식료품 가게나 소비자들에게 제가 길러낸 콩나물이 인기가 있어 여러 식료품점에서 주문이 들어왔으나 가게 보랴, 남편 시중들어주랴, 살림해나가랴 도저히 저 혼자의 힘으로는 많은 콩나물을 길러낼 수가 없어 주문에 응하지 못하고 다만 하루에 고작 서너 동이밖에 기를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을 길러내는데도 저에게는 힘겹고 벅차기만 했습니다.
물그릇이 엎에 놓여 있어도 손이 닿지 않으면 목이 말라도 물을 먹을 수 없는 남편이고 보니 불구의 남편을 모시고사는 제 한 몸뚱아리는 완전히 두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만도 벅찬 일인데 꼬마손님 등쌀에 짜증이 날정도로 일어섰다 앉았다하며 쟁반위에 콩을 한줌씩 펼쳐놓고 일일히 나쁜 콩을 하나하나 집어내다 보면 오후에는 눈이 팽팽 돌고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것도 아침부터 내 할일을 해가면서 콩을 가릴 때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어쩌다 밖에 볼일이 있다거나 손님이라도 와서 일해야 할 시간을 빼아긴다던가 콩나물이 썩기라도 하여 한동이 한동이 쏟아놓고 손을 보다보면 가게물건도 팔아야지 몇 십동이나 되는 콩나물동이에 물도 퍼줘야지 남편시중도 들어야지 또 콩도 가려야지…
이것저것 할일은 많은데 시간은 없고 그저 마음만 쫓겨 이런 때는 참으로 제정신이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은 아찔한 순간은 하루에도 몇 번씩 느끼며 오직 정신력으로 그 모든 것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하나두고 할 수도 없는 제 형편에 이웃집 아주머니라도 와서 콩가리는 옆에 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해주며 손바닥에 콩 한줌씩이라도 쥐고 가려주면 정신적인 문제겠지만 그렇게 수월할 수가 없었으며 누가 와서 부엌에 들어가 설거지를 해주거나 가게라도 한번 쓸어주면 그토록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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