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을 막 끝내고 선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햇볕에 얼굴이 발갛게 익은 큰 짤 현주가 학교에서 돌아오며『엄마 오늘은 아프지 않아』하고 묻는다.
『그래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구나』하고 웃어 보이니까 현주얼굴이 환하게 밝아보였다.
지난 몇 년 동안 위장수술을 두 번씩이나 받고나니 후유증이 남아서인지 계속 몸이 아프고 매일 누워있다시피 하니까 어린마음에도 언제나 엄마의 기분을 살피는 9살인 딸 현주와 가족에게 죄의식을 느끼곤 한다. 가족이라야 현주, 동생과 아빠 나 이렇게 네 식구지만 그래도 힘에 겨울 때가 많다. 아빠한테는 따뜻한 아내의 정을 드리지 못하고 딸애들한테도 무관심할 때가 많아 괴롭다. 그러나 오랜 병 뒷바라지에도 짜증 한번 안내시고 나의 건강을 염려해주시는 아빠와 신앙의 힘으로 용기를 잃지 않고 내 나름대로 밝은 미소를 보 일려고 애쓰곤 한다. 몸이 많이 괴로울 땐 주님께「남이 모르는 나 혼자만의 고통을 주시던가 아니면 주님나라에 데려가 달라」고 간청도 해보곤 했다. 꼬마들끼리 놀 때 엉덩이나 팔에 주사 놓는 흉내를 내고 아파서 누워있으라고 인형을 자리에 눕혀놓고 노는 모습을 볼 때 나의마음은 더욱 서글퍼진다. 자녀들의 가정문제가 절실히 요구되는 현시대에 난 하루 속히 완쾌되어 자녀들과 엄마와의 대화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성모님께 간절히 빌곤 한다. 자유 기도할 때 어떠한 기도를 드렸느냐고 현주에게 물어보면「우리 엄마 빨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 했어」한다.
그만 눈시울이 시큰거리도록 애처러웠지만 그래 그것도 좋은 일이고 엄마한테는 고마운 일이지만 너도 건강하고 착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드려야 한다하고 당부했다. 사랑과 평화만이 깃들어야할 가정에 불미스러운 일이나 생기지 않을까 늘 염려된다. 그러나 나에게도 건강한 몸으로 자녀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고 정의롭고 새로운 가정교육을 가르치리라는 굳은 각오로 교회의 세포인 가정 안에 주부의 위치를 잊지 않도록 오늘도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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