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여 거기서 인디언을 해후하고 나서 약 반세기가 흐른 후인 1537년 당시 교황「바오로」3세는 다음과 같은 선언을 발표했다. 『아메리카·인디언도 우리들과 마찬가지 인류다. 「아담」과「이브」의 자손인 것이다.』인디언이든 흑인이든 유럽의 기독교도 이외에도「인간다운 것」은 바로「인간 그 자체」라는 선언이었다.
지금의 우리가 듣기엔 너무나 자명한 이치 같지만 그 당시로서는「아담」의 세 아들이 아메리카대륙에까지 씨를 퍼뜨렸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인디언이 과연 사람이냐 아니냐하는 논란은 약 50년을 끌었던 것이다. 이것을 보면 인디언도 사람이라고 유권적인 해석을 내린「바오로」3세의 선언은 자못 혁명적이었다. 그러나 그 후 교회는 다시 진화론이라는 이름의 생물학 이론과 대립하게 된다. 18세기에 와서도 교회는 생물학에 있어 린네의 種不變說을 지지학 라마르크나 퀴비에의 초기진화론을 배격했다. 린네의 種不變說이란 생물의 種은 노아의 홍수 때 살아남은 것이 그 전부이며 그 이전의 絶滅種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퀴비에와 라마르코는 고대이후로 생물의 기관이 그자신의 필요에 따라 진화도하고 퇴화도 한다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을 내세웠다. 네발로 기어 다니던 원숭이가 나무를 내려와 땅에서면서부터 앞발은 사람의 팔과 손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이를 테면 라마르크의 진화설이다. 교회가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종류의 진화론과 대립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아는 일이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가선 교회 안에도 진화론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학자신부님이 더러 생겨났다. 北京원인의 발굴에 참여한 떼야르드·샤르뎅 신부가 그 한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교회의 가르침과 비기독교적 자연과학은 각자 별개의차원에서 발전해나가면서 서로 대립하고 영향도 받는 것 같다. 자연과학은 교회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제 갈대로 가고 있고, 반면 그 발전이 교회의 가르침을 뒤집어 놓은 것은 아닌 것이다.
요즘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시험관 아기니 복제인간이니 또는 유전공학이니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분명 시험과 아기의 제조과정(?)에 대해 윤리적 신학적 배격자세를 명백히 했다. 그러나 그 기술의 벌 자체는 교회의 반대에 아랑곳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과정은 교화가 아무리 반대를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그 기술발전 때문에 교회의 윤리적 원칙이 동요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교회는 과학의 발전에 대해 그것이 여 반인간적으로 빗나가지 않도록 도덕적 견제력을 발휘해야한다. 이것이 오늘의 교회와 옛날의 교회가 다른 점이고 또 탐해야할 점이다. 옛날의 교회는 과학의 주장 그 자체를 부정했지만 오늘의 교회는 과학기술의 비윤리적적용에 대해서만 경계를 발하는 것이다.
사실 복제인간이나 시험관아기의과학기술도 그것이 만약 악용되기만 한다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령 환갑을 바라보는 한 점잖은 신사가 있어, 그의 취미가 주로 여고생들과 더불어 混淫·을 즐기는데 있다할 때 그와 똑 같은 복제인간을 시험관속에서 量産해낸다면 그건 분명 인류를 위해 유익한 일이 못 될 터이니 말이다. 교회가 경계하는 일은 바로 그런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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