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年前)에 어느 대학의 책임 있는 자리에 계시는 분이 천주교회를 마치 용공적(容共的) 단체인 듯한 말을 하여 물의를 빚었다가 와전된 것이라 해명하여 진정된 일이 있으며 월전(月前)에는 어느 정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인이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지척 간에 공산당과 대결하고 있는 우리 지도적인물들이 이런 생각밖에는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극히 염려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논리는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천주교회가 공공의 법과 질서를 무시하였고 노동자들을 충동하여 사회불안이나 조성하며 또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전통적으로 천주교회가 지배적인이태리, 불란서 등의 나라에서 비공산국가로서는 가장 강력한 공산당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논증(論證)한다.
그들에게는 특히 최근 교황청이 있는 이태리에 기민당(基民 ?)정권이 물러서고 사회당정권이 집권까지 하였으니 더욱 그럴듯하게 보였으리라.
그러나 그런 생각은 피상적 견해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單)세포적 사고의 결실인 것이며 무신론적 공산주의는 종교와는 불가상용적(不可相容的)임을 모르고 하는 말 인듯하다.
전통적으로 기독교적이었던 동구(東歐)에서는 2차 대전 후 소련의 총검을 이용한 점령정책으로 공산정권이 수립되었고 권력으로 수십년간 유지되어왔으니 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세계질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은 쉽게 이해될 수 있으나 서구(西歐)에 공산당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은 납득이 쉬 안 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은 공산세력이 발붙일 수 있는 근거는 경제적 이유에 있는 것이지 결코 이념에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종교는 이념체계이지 경제체계는 아님을 명심해야하며 기독교 문화권인 서구에 공산당이 발붙인 것은 경제적 불균형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지 천주교회가 용공적이어서 라는 생각은 참으로 혼돈과 무지의 소치밖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또한 국내 교회 일부에서 현실에 대한 불만, 즉 사회정의를 요구함을 보고서 반체제적으로 몰아세우고 억누르려고만 하나 그럴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대화를 통해 부족한 점을 시정해 나가려고 노력해야 되지 다른 방법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 자신들도 불만만을 말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들의 말이나 행동을 반성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언행이 별로 깨끗하지 못하면서도 정의만을 운운(云云)한다면 이는 마치 자기 눈의 들보는 못 보면서 남의 눈에 들어 있는 티를 꺼내준다고 하는(마태오·7,3~5)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게 될 것이며 후일 하느님 심판대에 섰을 때 부끄러움과 힐책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성현 공자님도「수신제가후치국 평천하」 (修身齊家後治天平下)라고 하셨으니 깊이 반성 음미해 볼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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