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6일에 서거한 교황 바오로 6세는 인류가 지난(至難)의 길을 걷고 있는 시대의 영적(靈的) 지도자였다
세계도처에는 사상의 냉전과 참혹한 살록의 전쟁과 풍요속의 기아동이 있어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돈과 무질서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류가 겪는 고통을 함께 감수한 교황이었다.
더욱이 물질문명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면의 불균형, 현세주의 사상의 팽배에 따른 인류의 타락을 견제하고자 기도하고 대화하였다.
진실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되찾게 하기위하여 근는 바티깐의 문을 열고 세계를 순방하였으며 인위적이며 폐쇄적인 권위를 타기함으로써 한층 인류와 가깝고 진정한 하느님의 사도로서의 권위를 획득한분이다.
<세계에 아직도 굶주리고 있는 사람을 기억하라>는 마지막 유언이 시사해주듯이 가난하고 약한 자의 편에 섰던 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여 항시 시련을 겪고 있는 나라와 민족에 관심을 기울였던 교황은 우리한국에 대하여도 특별히 마음을 쓰셨다고 한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생전에 호칭이 무려 아홉 가지나 되었다고 한다.
<바오로6세 로마주교>를 비롯하여<예수그리스도의 대리자><성 베드로의 후계자><전 세계교회의 최고수장><서방교회의 우두머리><이탈리아의 수좌대주교><로마 대교구대주교><바티깐 공국의 군주>그리고<하느님의 종중의 종>이 그것이다.
그런데 여기 대단히 재미있게 생각되는 것은 다른 여덟 개의 칭호가 하나같이 권위의 상징인데 비하여<하느님의 종중의 종>이라는 가장 낮은 자리가 그의 자리였다는 것이다.
실지 그는 전 세계 가톨릭신자의 우두머리였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흠숭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항시 하느님의 종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일을 도맡아하는 종 중의종이라는 의식으로 일생을 헌신하였던 것이다.
오늘 우리주변에는 각계각층 각 방면에서 대단히 우수하고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 이들은 혹은 정계에서, 혹은 재계에서 혹은 학계에서 혹은 예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의 힘에 의하여 국력은 신장되고 경제는 성장하며 국위가 선양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를 사로잡았던 후진성이라는 자기비하와 열등의식에서 풀려나 민족의 숨은 힘을 과시할 수 있게 된 점은 실로 경하해 마지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문제는 이들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모두 우두머리 의식은 있되 봉사자 의식은 결핍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번 권좌에 오르던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에 빠지고, 한번 재력이 생기면 끝없는 욕망에 쫓기고, 오직 자기류의 아류만이 제일이라는 학자나 예술가의 아집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게다가 다른 사람은 모두 그르고 오직 자기만이 청렴결백하며 우국지사라는 생각에서 매사를 사시안(斜視眼)으로 보려는 건전치 못한 태도와 자만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실로 우두머리 중의 우두머리였던 분이<중중의 종>이라는 칭호를 가졌던 저 겸허 앞에 우리는 오늘 마냥 송구스럽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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