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가 호주로 떠난지 2년만에「시드니」에 도착했다.
아빠와 많은 교우들이 공항에 나와 주어서 타국에 왔다는 기분조차 느끼지 못하고 이내 각자의 차로 분승하여 한 교우 집에 모여 점심식사를 했다.
김치, 불고기, 도라지, 콩나물, 하얀 쌀 밥…마지막에 나온 푸짐한 오렌지를 빼고는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국의 음식이었다.
「시드니」교포 1천여명 중 1백명 이상의 교우를 갖고 있는 가톨릭한인교회가 있다는 것이 서울서 아빠의 편지로 소식을 들을 때와 달리 한교우로서 일원이 됐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특히 한국말로 미사를 지내주시는 이태리 신부님께서 우리가족을 위해 많은 기도를 바쳐 주셨다고한다.
도착한지 이틀 후에 가톨릭시보를 편지통에서 꺼냈을 때의 반가움이란 친한 친구를 만난 이상이었다.
내가 서울서 아빠의 편지를 받고 가톨릭시보사를 찾아 주문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것을「시드니」에서 받다니…정말 지구는 좁아졌구나싶었다.
3년전에 수색본당에서 영세를 받을 때「가톨릭은 하나다」고 하시던 손수녀님의 교리말씀이 새삼 느껴졌다.
아빠는 호주에 와서 한국인 1호로 영세하셨고 지금은 회장직까지 맡고 있다.
우리의 이러한 신앙의 발전은 오직 천추님의 크신 사랑과 은혜라고 생각한다.
사랑속의 교회, 일치의 교회.
나는「시드니」에 있는 우리 한인교회를 많이많이 자랑하고 싶다.
자녀가 밖에서 기쁜 일이 있을 때 우선 부모님께 고하듯 어느새 이곳이 밖이라고 느껴져 엄마(고국)께 소리치고 싶다.
「호주이민은 애국이민이다」라고 한 교우가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수단으로 한국 돈을 가져와 이민 오자마자 집을 사고 풍요히 사는 것이 아니라 빈손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살고 있는 대다수의 교포생활을 말함이다.
나 역시 애국이민을 생각해본다.
좁은 땅의 많은 인구…나만이라도 식구를 덜자는 단단한 각오로 빈손으로 이민열차에 올랐을 때 이는 틀림없는 애국인 것 같다.’
금수강산인 우리나라에 알맞는 인구가 살고 있을 때 그 평화로움이란 정말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나는 좀 더 많은 분들께 애국이민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동화속의 나라와 같이 아름다운 조국을 사랑하고 싶다. 조국과 신앙과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천주님께 기도드리며 열심히 노력하는 애국이민 생활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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