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군종신부의 군 장기복무 지원이 전무하여 앞으로 군종사목에 다시 진통이 예상된다는 본보 1120호 보도를 접한 우리는 이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6ㆍ25동란이 발발한 뒤 당시 평양교구장서리 개를 몬시뇰과 감리교선교사 쇼목사가 종군하게된 것이 오늘날 한국군종제도의 출발이었음을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있고 1961년 가을 주교회의에서 군종신부충원을 결의하고 현재 한국인신부의 10분의1을 각 교구에서 군에 파견하여 군사목에 임하게 하고 다대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가 어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왜 장기복무자가 필요한가. 신부에게는 계급이 필요치 않아도 군대에서는 계급이 있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장기복무를 하지 않고는 상위계급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6ㆍ25동란에 종군하였던 신부들이 휴전이후 거의 모두가 본당으로 돌아오고 그 후 군종업무지도는 거의 개신교 측 군목의 봉사에 의하게 되어 군종병과에 속한 군종장교로서의 종군신부들은 한 결 같이 신부도 군종업무계획과 지휘에 참여할 수 있는 상위계급의 신부가 확보되기를 고대하였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실제 그 필요성은 절실하고 그 교대는 타당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장기복무가 없다면 이러한 기다림은 이루어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누구보다도 군종신부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필요성을 실감하면서도 장기복무 지원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신부는 본당을 맡아 사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군종신부의 대부분이 본당사목을 할 것인데 우선 군대에 일정기간 파견되어있음을 계속 재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복무를 하는 신부들이『언제 제대 하십니까』『아직 군에 계십니까』라는 인사를 듣기가 아주 거북하다고 실토하는 것을 들을 때 교회 내에서 특수사목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상황에서 특수사목 더욱 군사목에 계속 투신토록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치 못함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군종신부들의 봉사에 대한 보람을 충분히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종일 만나는 장병들의 95%가 신자 아닌 사람들이다. 예비선교는 어렵고 결실이 없기 마련이다. 나머지 신자들도 신부가 군대 조직 안에 의무병처럼 와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기가 쉬울 것이다. 자기들을 위해서 지원하여 종군한 신부에게는, 더구나 본당신자들을 두고 떠나은 신부에게는 인간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형성된 신앙공동체(본당) 안에서 살던 사람이 또 신앙공동체에서 살기마련인 신부가 작은 공동체마저도 없이 살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이렇게 어려운 생활을 하며 흩어진 양들을 찾아 진력을 하는데 교회는 그에 맞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묵묵하고 교구에서는 우리 일이 더 급하니 오라고 한다. 어떻게 복무를 연장하고 더 있겠는가.
다시 우리는 군사목에 대한 필요성을 재확인해야하겠다. 교회는 옛 부터 전통적으로 군사목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왔고 현재도 나라마다 교회에서 군사목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하에 60명 신부가 군사목에 헌신하고 있으며 3만여 신자 장병의 신앙생활을 직접지도하고 전체국군의 정신지도에 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간 3천여장병을 영세입교 시키고 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하는 좋은 일 중의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야 할 일인 것이다.
그렇게 하기위해서 교회는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관심은 제도적인 개선을 위해 연구하는 것으로부터 나타나야 할 것이다. 포괄적으로 말하면 신부를 교회가 군대에 파견했다면 파견한 교회와 파견된 신부는 파견하고 파견된 뜻을 항상 간직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교회와 군대는 보내고 받은 혹은 청하고 보내는 관계가 확실히 정립되어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부 개인이 지원하여 군종장교가 되고 군종신부들이모여 군종단을 이루어 교회와 군대에 유익한일을 함께 상의하며 해나가는 것이라면 군종단은 있을 수 없고 그러한 군종단에 장기복무자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요하기 때문에 신부의 10분의1을 군대에 보냈다면 필요에 따라 그 가운데 몇 분의 일을 장기 복무케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교회의 일이기 때문에 꼭해야한다면 모두가 기꺼이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신부가 아닌가. 그런데도 왜 장기복무자 확보가 이처럼 어렵게 되었는가.
전반적으로 특수사목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특히 군사목의 당위성을 재확인해야 하겠다. 그리고 파견한 교회- 교구장 주교님들과 성직자 평신도와 함께- 파견된 신부에게 정신적인 뒷받침을 확실히 해야 하겠다. 군종신부들에게 사명을 부여해주고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하겠다. 적어도 기초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고 유지될 수 있도록 사제관ㆍ집회소를 비롯한 물질적인 지원도 있어야한다는 것을 소홀히 생각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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