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 완행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가끔 별난 생각이 들게 만든다. 교통지옥 속에 사는 도시민들에게는 거의 생소한 느낌마저 들겠지만, 농번기엔 좌석이 절반이나 비어있는 것도 그렇고 좀 거북스럽게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태도가 더욱 그렇게 만든다.
상식이지만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안에서는 앞좌석이 뒷좌석보다 덜 흔들려 편안하다.
그런데도 두사람씩 앉을 수 있는 앞좌석에 한사람씩 따로따로 앉아가고, 뒤에 타는 사람들도 굳이 불편한 뒷좌석에 가서 혼자씩 앉아간다. 어느덧 그렇게 습성화되어버린 것 같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편한 앞자리에 둘씩 다정하게 앉아 농사얘기라도 나누면서 가면 덜 서먹할 것 같은데도.
풋고추에 보리밥 한술, 탁주 한잔이 곁들인 논두렁의 인정어린 담소도시속의 급변속에 개인화, 고립화로 치달아가고 있는 것 같아 쓸쓸하다.
내 친구 중에 20여년간 사진업을 하고 있는 친구가 하나있다. 우연한 좌석에서 그 친구 말이『세상도 인심도 너무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네. 10여년전만해도 저녁시간에 사진관에 앉아있으면 몇몇 사람씩 짝이 되어 사진을 찍고 가는데 무척도 다정한 구면친구들이러니 속짐작을 하고 보면, 엉뚱하게 초면 친구들인 때가 많았지. 우연히 주석(酒席)같은데서 만나 기분들이 맞으면 쉽게 친구들이 되어 속내(마음)를 주고 그 우정을 깊이 하는 기념으로 이렇게 어깨동무를 하고서 사진들을 찍곤 하였지
그런데 요즘은 그런 멋있는 풍경은 고사하고 고작 결혼사진, 애들 돌 사진, 회갑사진, 학생들 여행 기념사진 정도에다 그나마 그 사진 값 깍기 일수 일세. 비약인지 모르네만, 오늘 우연히 알게 되어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내일 적이 될 수도 있어, 같이 찍은 사진을 오려 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타 산성 때문이 아닐까? 사실 그런 경우도 없지 않은 세상이니 말일세. 그렇지 않다면 움직이는 사진시대에 살기 때문에 사진 따위는 시들해진 것일까?』
좀은 과한표현 같았으나, 직업에서 느끼는 직감적 관찰이라 느껴져 지워지질 않는다.
사람들이 변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어디로, 어떻게 변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독자적인 존재가 아닌것이 확실하므로 인간관계를 떠나서 살수 없는 것이다.
대체로 인간관계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가 나와 너의 공존인<우리사이> 또 하나는 내가 너를 위한<사람사이> 그리고 다른 하나, 네가 나를 위해있는<불신사이>이다.
여기서<불신사이>의 현상은 시대적병이기에 말할 기분도 아니고, 세상이 이상으로 떠벌리는<우리사이>라는 것도 미듭지가 않다. 왜냐하면 우리의 본성 안에는 자애심의 높이 있고 인간불신의 흐름 속에 부지불식간 그 속으로 깊이 빠져 잠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깊이-.
소나기 소리를 듣다가 다시 잠이 들어 늦잠을 자고난 아침. 일찍이도 일어나 밥을 짓고 서둘러 아이들 책가방을 챙겨 학교로 보내고 나서 여름 배탈로 칭얼대는 식이를 업고 빨래를 하는 순이의 해맑은 얼굴을 보면서 혼자중얼 거린다.
「순이야. 남을 찾는 일에 네 동공이 흔들리게 말거라. 네 눈동자가 너를 찾게 되는 날, 너는 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인간불신>이란 무서운 고뇌와 슬픔을 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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