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콩자루를 싣고 오다 오토바이와 부딛쳐 넘어졌을 때에도 그러했고 자전거와 자동차를 스치며 몇 번인가 충돌할 것 같은 아슬아슬 했던 순간을 넘겼을때에도 그러했으며 이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것도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할 때 무한한 감사를 드릴뿐이었습니다.
어쨌던 자전거를 배운 것이 저에게는 일대 생활의 혁신이 아닐 수 없었으며 자전거는 저의 생활을 도와주는 가장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자 우리 집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동안 푼푼히 계돈을 부어 몫돈을 마련한 시동생은 그 돈을 아깝다 생각지 않고 몽땅 들여 수리를 하지 않아 엉성하던 저희 집을 말끔히 다듬어 산뜻하게 페인트칠까지 하여 깨끗한 새집으로 만들어주었고 형님이 침대에 누워서 얼마나 답답하겠느냐며 텔레비전도 들여놔 주었으며 가게 물건이 떨어지면 일일이 도매상까지 걸어가서 주문을 해야 하는 저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하여 전화까지 설치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형님의 일이라면 자신의 일보다 향상 우선적으로 돌보아주는 시동생이 한없이 고맙기만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우리 같은 생활 형편에는 너무도 과분한 것들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또한 하나같이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들이 었읍니다.
전화가 있으니 일일이 시장까지 나갈 필요 없이 전화로 주문을 하면 되었고 무엇보다 외부와의 두절된 상태에서 별로 내왕이 없었던 친구분들과 교우관계가 전화로 하여금 다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남편이나 저에게는 커다란 기쁨이기도 하였으며 텔레비전 화면을 통하여 한눈에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온갖 세상 풍물들과 갖가지 오락프로들은 적적했던 남편의 마음을 항상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즐겁고 편리한 생활의 이면에는 그것들로 인한 생활비의 초과지출로 그만큼 저희들에게는 생활의 부담을 느껴야 했으며 저는 더욱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했읍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당신의 즐거운 생활 때문에 저를 더 고생시킬 수는 없다고 저의 고달픈 생활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텔레비전도 전화도 모두 동생들 집으로 보내자고 제의해왔습니다.
『율리아, 우리 전화랑 텔레비젼이랑 전부 동생들 집으로 보내고 그냥 그전처럼 살면 어때?』
『그렇게 해도 당신 괜찮으시겠어요?』
『없으면 또 없는 데로 살아가지 뭐. 아무래도 안되겠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형편에 전화 놓고, 텔레비전 보며 산다는 것이 너무 분수에 지나친 것 같다』
『그렇지만 당신은 그런 것 다 없애고 나면 너무 심심하고 답답해서 안돼요. 제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고 차라리 다른데 덜 쓰고 말지 어떻게 그런 걸 없애고 산다고 그러세요』
『아냐 지출이 너무 많아서 안 되겠어. 당신 고생하는 걸 생각하면 십원 한 장이라도 쪼개 써야할 형편인데 우리가 지금 쓸데없는데다 낭비하며 사치스런 생활을 할 수는 없잖아』
『그것이 왜 낭비고 사치스런 생활이예요. 모두가 필수품들이고 특히 당신한테는 없어서는 안될 것들 인데요』
『율리아, 생각해봐. 우리가 자식도 없는 처지에 늙어서 돈도 없이 살아간다면 얼마나 비참하겠어. 그런 걸 생각하면 지금 젊어서 좀 불편하더라도 그런 거 안 보고 안 쓰며 절약해서 돈벌어놓는 것이 훨씬 현명한일 아니겠어』
『그렇게 생각하면 물론 그렇지요. 그렇지만 저는 너무 아둥바둥하며 꼭 쓸 것도 안 쓰고 돈에만 얽매여 돈 벌고 싶은 생각 없어요. 다만 남한테 구걸하지 않고 먹고 살아갈 수 있을 만큼만 돈 벌어 살면 되는 거예요』
『그거야 그렇지. 나도 무리한 욕심 부리며 살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그러나 어느 정도는 돈을 벌어 놓아야 우리가 늙어서 초라하지 않고 고생을 덜 할수 있는 거 아냐』
『어쨌던 당신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오직 당신건강만 생각하세요. 먹고 사는 것은 제가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갈테니까요. 당신만 건강하게 제 곁에 오래오래 계셔 주신다면 저는 제 몸이 지탱하는 한 무슨 짓이라도 해서 살아갈 자신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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