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었읍니다.
다른 사람들은 생활이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온갖 문명의 이기들을 다 갖춰놓고 좀 더 편리하게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해서 한인데 저희들은 시동생이 베풀어준 호의도 오히려 생활의 부담을 느껴야했으니 생각하면 한심한 노릇이었읍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빠듯한 생활에 이제까지 안하던 지출을 그만큼 더 해나갈려니 그럴 수밖에 없었고 더구나 전화까지 영업용으로 되어 한달에 전하요금만 몇천원씩이 나오니 더욱 부담은 큰것이었읍니다.
그런데 한동안 남편의 건강이 좋아서 잠잠하던 저의 가슴은 어느 날 남편의 소변을 보고 또 다시 두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읍니다.
남편의 소변에 다시금 피가 섞여 나오고 있는 것이었읍니다.
그동안 새집 짓고 이사 온 뒤로 한번 심하게 앓고 난 남편은 그런대로 지금까지 건강해주었는데 소변에 혈뇨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신장이나 방광에 또 무슨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했읍니다.
저는 또다시 맥이 빠지고 표정이 어두운 여자가 되었읍니다.
그래도 그동안은 먹고 살기에 몸은 비록 고달펐지만 남편의 건강이 좋아 항상 마음은 즐겁고 행복했는데 남편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저의마음은 캄캄한 먹구름으로 꽉 뒤 덮혀 모든 의욕이 상실되고 웃음도 즐거움도 송두리째 그 무엇에 빼앗겨버린 사람처럼 우울한 의욕상실증환자가 되어가고 있었읍니다.
그만큼 남편은 저의 모든 희망이요, 행복이며제인생의 전부였으니까요.
물론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이 자기 남편을 하늘같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마는 저와 같은 입장에서 남편의 건강이 악화되어 제 곁을 떠나간다고 할 때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어떤 보람을 찾을 수가 있겠읍니까.
남편의 건강은 곧 제 건강이며 남편의 인생은제인생일수밖에 없으며 남편이 웃으면 저도 웃고 남편이 울면 저도 울어야했으며 남편이 고통을 당하면 저 또한 같은 아픔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것이었읍니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지나면 혈뇨가 멎어줄까 하여 남편에게까지 충격을 주고 싶지가않아 말을 하지 않고 저 혼자서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애를 태웠지만 혈뇨는 멎어주지 않고 계속 흘러나와 저는 하는 수없이 남편에게 말을 하고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읍니다.
『여보 제가 하는 말에 너무 놀라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세요』
『무슨 이야긴데 이렇게 서론이 거창하지. 이야기해봐. 무슨 일인데 그래』
『요즘 당신건강이 좀 안좋으신가봐요. 소변에 또 피가 섞여 나오고 있어요. 사실은 며칠 전부터 그랬는데 당신 걱정할까봐 말씀 안드리고 있었지만 도무지 걱정이 돼서 못 견디겠어요』
『그래? 그렇다면 방광이나 신장에 또 이상이 생겼다는 말인가?』
『그런가 봐요. 어떻게 하지요?』
『어떻 하긴 뭘 어떻해. 수술하게 되면 그까짓 놈의 것 또 수술 해버리지뭐』
『당신은 힘 안들이고 말씀도 참 잘도 하시네요. 수술한번 한다는 것이 어디 그렇게 간단한 문제인가요?』
『어 이사람, 당신은 너무 겁이 많고 마음이 약해서 큰일이야. 그래서 요즈음 당신표정이어둡고어깨가 축 처져 있었구먼. 항상 나보고 용기를 내라고 하지 말고 율리아야 말로 용기좀내요. 나 같은 놈하고 사는 사람이 그렇게 마음이약해서 어떻게 해. 앞으로 살다보면 우리 앞에 별 별일이 다 있을텐데』
『그렇지만 저는 여자아녜요』
『그거야. 바로 그 여자라는 생각이 틀린 거야. 물론 당신은 여지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남자처럼 강한 여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 너무 걱정 하지마. 설마 어떻게 되겠지. 하느님께 기도나 열심히해줘. 하느님은 당신의 기도를 잘 들어주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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