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며칠 앞 둔 첫봄의 어느 날、초 공장의 소녀가 사과 초를 만들었읍니다.
장미꽃 모양의 초、병아리 모양의 초、포플라 나무 모양의 초 등등 온갖 것들과 함께 말이어요.
소녀는 자기의 고향집 뒷뜨락 울타리 너머 과수원을 생각하고 있었읍니다.
이제 곧 무르익을 올봄도 작년처럼、저 지난해처럼 마치 안개처럼 새하얀 꽃을 가득피울 사과나무를、그리고 그 사과나무 밑에서 앞날의 꿈을 속삭이던 일들을…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마음씨의 소녀들이 되자고. 그래서 이 다음 영원한 하늘나라에서도 같은 마음씨를 지닌 사람들은 끼리끼리 더 가까이 살게 되도록 빌면서.
그런데 지난해 빛난이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서「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습니다.
소녀는 가버린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아니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특별히 한 개의 사과 초에 더 정성을 기울였읍니다. 그 사과 초는 다른 여러 초들과 함께 어느 성당의 소년 쁘레시디움 단원들에게 팔려갔읍니다.
소년들은 부활전야、교회 문 앞에서 초를 팔았읍니다. 맨 첫 번째 그 사과 초를 산사람은 진달래라는 이름을 꽃집아가씨 였읍니다.
아가씨는 한 아름의 은방울 꽃다발과 함께 자기의 아름다운 견진대모에게 선물을 하였읍니다. 견진 때 축하로 수녀님에게서 받은 꽃송이마저 그분에게 드렸던 그 견진대모에게 말이지요. 화가인 대모는 그 사과 초를 받아 불을 켜고 몇 마디 기도를 바친 다음 어떤 환자에게 주었습니다. 꼬박 삼년 째 바깥출입을 못하고 누워있는 일흔 다섯 나이의 중풍환자 할머니에게 말이지요.
그 할머니는 또 꼭 한번 촛불을 밝혔고 기도를 바쳤읍니다. 십칠년전에 죽은 남편의 영혼을 위해서. 그리고는 그 예쁜 초를 자기가 가지는 것 보다도 다른 누구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한 주일에 꼭 한번 씩 찾아와서 노래도 불러주고 기도도 바쳐주고 온갖 말로 위로를 해주는 저 앞마을 벙어리촌의 인형선생님 크리스티나양에게 말이지요.
할머니는 그렇게 하였읍니다.
물론 크리스티나양 역시 그 촛불을 밝히고 기도를 하였읍니다. 자기가 인형 만드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말을 할 수 없는 이들의 고통이 말로써 저지르는 이 세상모든 사람들의 잘못을 기워 갚에 해 달라고.
그리고 그 말 못하는 벙어리들의 인형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부드럽고 아름다운 마음을 심어주게 하여 달라고.
그리고는 크리스티나양은 그 예쁜 사과 초가 곰보인 자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농아원 원장 수녀님에게 드렸습니다.
그 사과 초가 어떤 여자 화가의 손에서 자기에게 오게 된 이야기와 함께.
독일 사람인 끼리따스회 수녀님도물론 그 촛불에 불을 밝혔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였읍니다. 아니、특별히 독일과 한국? 한나라가 두동강이 난 꼭 같은 운명의 한국과 독일을 위해서 였읍니다.
그리고 수녀님은 그 사과 초를 저 산등성이 너머 있는 고아원에 보냈읍니다. 조금은 장난기 어린마음으로 가장 마음씨 착한 소녀에게 이 사과 초를 준다는 말과 함께. 말을 바꾸어서 성모마리아의 가장 착한 딸을 찾느라고 말이지요.
따라서 이 행사는 그 후해마다 성모성월에 갖게 되는 하나의 전통이 되기까지 하였는데 그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겠어요.
첫 번째 마리아의 가장 착한 딸로 뽑힌 이는 열두 살의 소녀였읍니다.
소녀의 이름은 미나였읍니다.
미나는 지난 한 해 동안 형무소에 있는 죄수들에게 일흔 몇 통의 편지를 보냈읍니다.
미나의 편지를 읽고 하느님을 믿게 된 사형수만도 열 두 사람이나 되었읍니다.
그중에 한사형수가 보내온 회답 속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씌어져 있질 않겠어요.
『소녀야、기도를 담은 너의 글월에 아침 이슬이 서늘함이 있었다.
별빛의 영롱함이 있었다. 새파란 호수의 드맑음이 있었다.
아니、그 드맑음 속에 나의 일생의 모든 죄악이 비쳐짐을 느꼈다.
소녀야、나도 네가 믿는 하느님을 믿고 싶다. 내일 신부님을 만날 것이다』
소녀는 그 사과 초를 사형수에게 보냈읍니다. 자기가 어떻게 그 사과 초를 받게 된 이야기와 함께.
사형수는 그 촛불이 타 오르는 가운데 죽었습니다.
자가가 지은 죄악이 이 세상에 다시없기를 바라면서….
그다음、그 사과 초는 사형수의 유언대로 일주일마다 그 곳 형무소를 찾아오시는 성 신부님께로 전해졌습니다.
신부님도 잠깐 불을 밝혔읍니다. 무엇을 위해 기도하셨을까요? 그야 물론 아담의 후손으로서 오늘 죽은 사형수、에덴동산에서 따먹지 말라는 사과를 따먹은 아담과 에와의 탓으로 원죄를 짊어지고 태어나 자유 외지를 짊어지고 태어나 자유 외지를 잘못 사용하여 그 죄 값에 죽어간 이외 영혼을 위해서 였읍니다. 다음 노래와 함께.
「에덴동산 사과나무에 악마 찾아와 아담 에와 하느님 뜻 거스렸었네. 한 알의 사과로써 죄악 생겨나 이 세상에 어두움이 스며들었네.
어여쁜 한 소녀가 만든 사과 초 함께 구원 위하여 많은 순례를 촛불아、타 올라라. 한껏 빛나라.
이 세상의모든 설움 사뤄 가거라」
그 다음 신부님은 그 사과 초를 어느 상이 군인용사에게 보내셨읍니다.
군인은 나라를 위해 다리 하나를 잃었읍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걸 알아주지 않습니다.
알아주기는커녕 오히려 깔보기가 일쑤였으니까 말이지요.
그 상이 군인용사는 상이 군인용사 촌에서 전기스탠드를 만들어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었읍니다. 역시 자기는 어둠 속에서 남에게 빛과 밝음을 주는 생활을 하고 있읍니다. 아니 아무리 그렇게 마음을 다그쳐 먹다가도 마음이 흔들릴 때는 신부님께 편지를 보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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