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대화 속에 가끔 등장하는 말이 있다. 『야! 주제 파악해라』제 주제를 모르고 날뛰며 떠벌이는 친구들에게 보다 못해 한마디 하는 말이다.
참 묘한 의미를 부여하는 심각한 말이다.
어떻게 하면 주제파악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못지 않게 눈앞에 현기를 느끼게 하는 말들이 또 있다. 시간과 공간의 처리를 뛰어넘어 초ㆍ중ㆍ고등학교 맨 윗 층 전면에 훌륭히 위치한 현수막들이다.
「가치관의 확립」「사관정립」그야말로 주제 파악하라고 게시해 놓은 현수막이라고는 생각하면서도 어느 대학 같은 곳에서 두서너 학기에 걸쳐 다룰 수 있는 강의제목 감이라는 인상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이 어렵고 중압감을 주는 말을 그저 현수막정도로 포용하거나 아니면 그저 그곳에 당연히 붙어있을 것으로 여기는 우리네는 참으로 사변적이고 수준 높은 사람들인가 보다.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도 쉽게「사관정립」이 착착 이루어지고 가치관이 훤히 확립된다면야 오죽이나 좋으랴만 글쎄다. 주제 파악해야지.
『수염이 대자 가웃이라도 먹어야 양반이고、사흘 굶어 남의 담 안 넘어가는 사람 없다』는 말과 같이 우리의 가치관 확립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이 의식구조를 뒷받침해주듯 네 앞의 것、내 앞의 것을 정신없이 주어먹으며 담 이쪽의 것、저쪽의 것을 양손에 주어들고 배나무에 열린 것이 솔방울이고 소나무에 열린 것이 사과 알이라고 우기며 허둥대다보니 비대해진 우리의 배는 눈높이 이상으로 올라갔다. 한치 앞을 볼수 없어 일어나는 슬픈 사건들「가짜교사자격증 발급、아파트특혜분양사건、주공아파트 폭발사건、맥주홀폭발사건、청소년특수절도 어쩌구」주제 파악해야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생활철학 하에 새로운 가치관을 부단히 확립하다보니 우리의 눈을 현혹케 하는 맴먼(Mamon)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의 눈부섬에 황홀해진 우리는 그의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구원은 오직 맴먼에 달려있다. 이제 우리는 이 맴먼의 비위만 잘 맞추고 따르면 되는 것이다.
오、한반도에 등장한 맴먼의 위대함이여! 주제 파악해야지.
미카엘 엔메는 그의 예언자(「모모」를 통해서 시간의 도둑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시간의 도둑、희색인간들은 어둠이 내리는 곳이면 어디든지 아무도 모르게 나타나 시간을 도둑해간다고 했다. 우리의 위대한 맴먼 역시 위와 같다. 아니 그보다 더 강하고 비밀스럽게 우리들 사이로 스며든다. 돈이 거래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등장한다. 보다 가증스러운 것은 인간들의 마음속까지 뚫고 들어가 전의 것을 질식시키고는 그 자리를 차지한다. 따뜻한 인간의 마음을 차디찬 돌 마음으로 바꾸어놓는다. 마음의 문밖으로 쫓겨난 윤리는 황망한 빈 돌에서 통곡한다.
정계에서 정치의 윤리가 쫓겨나고 사회에서는 사회윤리가、종교계에서 종교의 윤리가、산업사회에서 산업윤리가、인간 사이에는 인간윤리가 쫓겨나 말라비틀어진 몸으로 다리를 절룩거리며 탄식하기를『이 시대의 이 가치관이여!』주제 파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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