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의 삐에르ㆍ가르댕이 한국에 또 온다고 한다. 유명메이커 상품을 알지도 못하고 별로 흥미나 관심이 없다보니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단지 삐에르ㆍ가르댕 상표 도용사건으로 한국 상품이 도매금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는 사실만이 마음에 거릴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적인 유명메이커의 상품을 필요이상으로 즐겨 찾는 습성을 갖게 된 것 같다.
양품하면「크리스찬 디오르」시계하면 최소한「로렉스」「오메가」등등 각상품별로 보증수표와 같은 이름이 나열되어야만 행세를 한단다. 일부 층의 이러한 유명상품선호의 습성이 차츰 대중의선에까지 확대면서 수요에 따르는 유명외제의 국내공급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의 일류외제 선호경향을 악용하는 악덕상인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가짜상표를 붙여 외제로 속여 판 범죄자를 나무라기에 앞서 왜 가짜 외제가 범람하게 되었는가 하는 요인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왜 일류외제만을 추종하게 되었는가?
아마도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허례허식」적인 생활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우리 인간생활에서 허례허식은 불가분의 암적인 존재인 것 같다. 본래 허례허식은 남에게 자기의 좋은 것만을 보이고 자랑하려는 인간본능에서 나오는 것으로 자기의 약점이나 모자라는 점을 타인에게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심리현상에 기인되는 것 같다. 이러한 심리현상이 사람들에 따라서는 건전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끊임없는 노력과 발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즉 남보다 좀 더 노력하여 알찬인간이 되고 좀 더 알찬 생활터전을 마련하도록 하는 자극제역할을 하게 된다.
허나 반대로 일부사람에게는 부정적이고 퇴폐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즉 참된 의미의 노력에서 얻어지는 결심을 나타내 보이려고 하기보다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그 자체에만 노력을 쏟다보니 남을 속이고 해치게 되는 불상사까지 초래시킨다. 알맹이 없는 거짓 겉치례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불안만이 싹트게 되고 이러한 풍토가 만연되어갈 때 결코 명랑한 사회는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서로 겉치례만을 하다보면 자연 가짜가 득세를 하게 된다.
가짜박사、가짜상장、가짜상품、가짜의제、가짜투성이가 된다. 가짜로라도 겉치례를 해야 하겠다는 허례허식적인심리현상이 작용하는 것이다. 외제상표만 붙으면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악기로서 피아노를 사기보다는 하나의 장식품으로 남에게 보이기에 급급한 사람이 있고 물건의 질보다는 외적인 장식품(상표등)에 더욱 신경을 쓰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짜가 성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손때 묻지 않은 번드르한 피아노、서재나 책꽂이의 장식품으로 뽀얗게 먼지 앉은 주인 없이 외롭게 꽂힌 백과전서! 이모두가 우리 자신을 반성케 해주는 것들이 아니겠는가? 상류층서 단순한 상징으로서 응접실이나 공간을 메꾸기 위한 허례허식이 아니겠는가! 외형적인 겉치례보다 알맹이 있고 실속 있는 생활태도와 사고방식이 확고할 때에 안정되고 겸허해질 수 있을 것이다. 남에게 보다는 자기 자신에 충실할 수 있으며 남에게는 오히려 겸손하고 자신에게 내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각자가 되도록 노력함이 어떨런지. 삐에르ㆍ가르댕 상표의 위용을 모르는 무지하고 일류에 접할 수 없는 약자의、허나 마음 편한 자의 궤변을 이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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