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찬바람이 면도칼 같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간다.
1월 2일 병자성사와 성체를 갈망하는 양을 찾아서 회장님과 수녀님과 함께 오늘도 철산리 강둑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이곳은 남의 교구요、본당소속이 다르지만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우리본당이 편리하다고 들한다. 이곳은 어느 때는 홍수로 안양천의 물이 밀어닥쳐 물바다를 이루어 목장의 소가 둥둥 떠내려가고 사람들이 냉동기를 부셔서 노아방주를 만들어 구명한 적도 있다. 헬리콥터로 구명하면서 고립된 수재민을 도운적도 있다.
구로수출공단 1ㆍ2ㆍ3공단을 끼고도는 안양천의 하류 뚝방의 판자집과 약간의 독립투락이다. 판자집에 사시는 반장님 댁의 소박한 나물차림의 점심은 옛날 어머님의 참기름 버무려 무쳐 주신 가지나물…나는 거뜬히 밥 한 그릇을 비웠다. 환자할머니와 반장님은 마냥 기뻐하셨다.
오늘도 따스한 봄날 공단가로수 수양버들에는 하얀 솜 같은 버들강아지가 이리 저리 날린다. 병자 성체를 가슴에 모시고 공단독립부락을 찾아다닌다.
이곳 주택은 다양하고 특수하다. 이름도 다양하다. 구호주택ㆍ간이주택ㆍ공영주택. 5ㆍ16혁명이후 처음지은 정착부락이다. 여름에는 골목에 들어서기가 민망하다. 길인지 마당인지 부엌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좌우로 고개만 돌리면 방안이 환히 보이고 옷 벗은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면 더욱 그러하다. 가난하게 사는 예수의 작은 자매 수녀님들과 이곳을 돌아봤다.
수녀님들은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우리도 이곳에 와서 그들과 같이 살고 일하고 주님을 알리고 싶어 한다. 벌써 브라도 수녀님들은 우리구역에서 같이 살고 있다.
가난한 노동자를 위해서 일하기 위해 인재양성에 노력하고 있다.
어느 여름날 물 사정으로 동네사람과 같이 우리 집 샘물을 퍼갔다. 또 신자의 도움을 받아 트럭으로 동네물통을 몽땅 싣고 돈보스꼬 센타의 맛좋은 지하수를 운반하기도 했다. 생활이 말이 아니다. 이곳에 처음 오는 사람은 미니아파트가 왜 이렇게 많으냐고 한다. 미니아파트예、그 집말이지 요방 하나 부엌하나 단세포이지요. 20~30가구가 모여 한집을 이루고、이런 집들이 연립되어 있으니 미니아파트촌 이지요. 방 하나에 청소년 노동자 한둘이 함께 그리고 그것도 밤낮을 바꾸어 사용하니 여관방과 같고 경제적으로 살자니 그곳에 정서라고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니 없다. 없어!
병자 집에 도착했다. 손바닥만 한 마당에 들어섰다. 빨래 줄이 거미줄같이 걸려 있으니 그 아래로 지나가야한다. 빨래가 희얀하다. 손바닥만 한 내의. 고무풍선같이 묶은 가지가지의 빨래들을 다 모았다가 시간 내어 빨은 것이기에 그 모양이 만국기 같다. 주님 미안합니다.
이 아래로 지나가야 합니다.
오늘도 성체를 모시고 공단 담벽을 끼고 돌아다닌다.
공장이 3~4백개가 넘고 노동자가 30~40만이 넘는다. 울타리는 투시된 것도 있고 안된 것도 있다. 그러나 그 벽은 두텁고 높다. 대문은 열려있지만 수위가 곽 막고 서있다. 산업비밀ㆍ노사문제ㆍ외세이질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꽉 닫혀있다.
―주님 만리장성 같은 이 벽을 나 혼자 어떻게 넘어야 합니까!―
옳지、바람은 넘어서 들어갈 수가 있겠지. 희사마다 신자들을 통해 출판 성 바오로 서원에서 펴내는 음판과 카세트를 선물로 주고 점심시간ㆍ휴식시간에 신자를 통해 신청케 하여 성가를 들리게도 해본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다. 공장 담벽 위로 돈이 넘어 나오고 엿 봉지가 넘어 들어간다.
이렇게 장사하는 엿장수들을 봤다. 나도 저것을 배워야지. 시골에서 올라온 공장아가씨들、성당을 찾지 못해 쩔쩔 맨다. 한달 두달 성당을 멀리했다. 그리고 휴식해 버린다. 그래서 이궁리 저궁리 하다가 성당 종탑에 예수성심상과 성모님의상을 조각해 붙여 높이 치켜 올렸다. 담너머로 보이는가보다.
이젠 곧 잘들 찾아온다.
공단 주변에는 근로 여성을 위해 양장점이 많다. 쇼 윈도우에는 마네킹도 가지가지다.
옳지 됐다. 수녀님의 옷을 마네킹 삼아야지. 공단기숙사의 사감을 방문하였더니 점심시간이라 국수를 대접받았다. 식당에서 수녀님을 보고 여기저기서『나도 신자요』하고 인사하러 왔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비율의 신자가 이곳에 모여 있구나! 나는 사감과 의논하여 기숙사 여성교양을 위해 분도회가 펴낸 교육용 슬라이드를 마련하여 저녁에 가서 여성교양 강좌도 해본다. 5백명 6백명 기숙생에게 교회를 소개해본다.
나는 명절이 되면 슬퍼진리다. 고향에 성묘를 못가는 것 뿐 아니라 공단의 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내려가면 성당이 훤하게 비어버린다. 3~4백명의 노동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타향에서 신자생활 잘하고 고향의 친지를 찾고자 기본당의 신부님을 찾아 이곳 성당을 자랑한다. 생각해보니 마냥 기쁨으로 변한다. 평일미사 주일미사에 오는 젊은이들을 위해 휴게실을 마련했고 건전한 음악과 간단한 음료수로 교회를 따스한 휴식처로 만들어 보았다. 그곳에서 나오는 수입은 노동자를 위해 쓰여 진다. 젊은 노동자를 위해 목요강좌를 해본다. 교회의 유명한 강사들께서 협력해 주시고 무료봉사도 해주신다. 어느 강사는 강사비도 그들을 위해 내놓으신다. 그 회수가 수십회를 거듭하고 있다. 더 알찬 계획을 짜야 하겠다.
우리본당 수사는 젊은이를 위해 일한다. 이동 신자가 성당을 찾아서 기웃거리면 즉시 찾아 대화하고 직장이 없으면 공단 내에 직장을 마련해준다.
노사제는 어린이의 신부이시다. 어린이를 너무 좋아한다. 어느 때는 부모님보다 더 사랑한다고 생각 한다 주일과 축일의 주일학교는 큰 잔치집 같다.
매일 주일학교도 해야 하고 어머니의 유휴노동을 활용키 위해 탁아소도 차려야 하겠다. 성당 부대시설을 활용해서 지방유지의 노력으로 노동자 젊은이를 위한 야간학교가 2학급이나 된다. 우리들의 관심이 크게 작용되고 있다. 노동자를 위해서 주님의 기쁜 소식을! 마리아의 전교사 성 프란치스꼬 수녀회가 공단 옆에다 큰 기숙사를 짓고 있다.
노동여성들의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또 탁아소도 이루어질 것이다. 구로공단의 본당은 너무 할 일이 많다.
「주여 일군을 보내주소서!」복음의 기쁨을 생활화하며 증명할 일군의 필요하다. 노동수녀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세례자들의 80~90%가 노동자 들이고 그 가운데는 착한신자들의 모범에서 감화되어 신자가된 사람들이 많고 보면 이것 또한 복음 선교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해야 할 일、생각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벅차다. 그러나 주께서 함께 하시니 두려울 건 없다.
본당사목에는 초년병이고 보니 마냥 조심스럽다. 아쉽고 부족하던 것은 또 훗날에 적어보겠다. 뜻 있는 분들께서 꼭 도와주시리라 믿고 오늘도 귀를 기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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