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저미며 산마루로 넘어가는 석양의 노을이 자식의 봉분에 깔려 퍼지고 갈대와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흐느끼는 묘지 길을 뒤로 한발 한발 내려오는 희미한 눈앞에 땅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이 왜 이리 가슴을 뭉클하케 하는가.
언젠가는 내 육신도 저렇게 흩날려가는 것이려니? 온몸에 소름이 돋히는 경련이 아예 서러워 목이 메인다. 푸른 날개위로 아롱진 인생을 수놓았던 소녀시절 열병같이 숨 막히던 그 세월、마음과 육신이 편안하기만 기를 썼던 나날. 분노가 용광로에서 소용돌이치고 세상 모든 존재가 원망스럽고 절망에 좌절한 때가 나를 그리스도 품으로 안기게 했다.
그리고 큰 놈을 걷우어 가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서 또 한번 허탈감에 무엇인가 깨달으려고 살을 저미는 슬픔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그 몇년이 흘렀는가. 당신의 음성과 모습을 느껴보지 못하고 이마를 찍히고도 눈을 보호해주셔서 감사하단 깊은 신앙이 내 마음에 뿌리박히진 못했을지라도 아니 공격을 받으면 받은 만큼 복수를 하고픈 극히 세속적인 범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인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매일매일 잘못을 반복하는 사이비신앙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삼라만상 모두가 헛되고 악과 분노 앞에서 슬픔에 질식하지 않는 내일 하루하루가 오늘보다 낫기를 원하면서 주님 앞에 고개 숙여 우리를 불상히 여기소서. 가슴을 파고 전선에 메아리칠 땐 코끝이 시큰하다 못해 소리 내어 울고 싶은 애절함이 오늘도 계속된다. 그렇지만 십자가위의 당신만은 결코 나를 버리지 않으시리란 확신만은 아니 그 언젠가는 거칠고 분노하고 조잡하고 옹졸한 좁음에서 자유롭고 풍요롭고 꿈과 멋을 깨달아 즐기는 신앙의 차원에서 난 이렇게 행복하고 주님께 진정 감사함 앞에 이르렀나이다. 당신 모두가 큰사랑이며 자비이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바라는 마음만으로 끝나지 않기를 나에게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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