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는 금방 구어낸 얼핏 보아 먹음직스러운 싸구려 빵 몇 개가 싸여져 있었읍니다.
『저는 뭐 대단한 것이나 사들고 오는 줄 알았어요. 기껏해야 이까짓 싸구려 빵 사들고 오면서 이렇게 늦으시면 어떡해요』
『율리아、남의 성의도 몰라주고 그렇게 섭섭한 소리 하지마. 내가 이 빵을 사오느라고 얼마나 애썼는지 알기나해? 빵공장 옆을 지나오는데 어찌나 빵굽는 냄새가 구수하던지 빵 좋아하는 당신 생각이 나서 그냥올수가 있어야지. 그런데 사람이 나오기를 아무리 기다려고 나오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이렇게 늦은 것데 비웃기만 하면 돼?』
남편의 말을 듣고 저는 어이가 없다고 깔깔대며 비웃은 것을 곧 후회하고 말았읍니다.
몸도 불편한 사람이 공장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박에서 휠체어에 앉아 그토록 오랜 시간을 기다릴 때 남편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했을까를 생각하니 남편이 한없이 고맙기만 했으며 저는 그날 구수한 빵 냄새와 더불어 남편의 사랑과 정신이 듬뿍 담긴 그 빵을 행복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읍니다.
그런가하면 평소에도 늘 제가 농담으로라도 무엇이 먹고 싶다고 하면 당신이 직접 시장까지 갈수 없는 몸인지라 시장 보러 가는 동네 아줌마들한데 저 몰래 부탁하여 기어이 사다 먹이고야마는 자상한 남편이 었읍니다.
이처럼 남편이 곁에서 마음과 정성을 쏟아주었건만 저의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몸이 극도로 야위어가면서 계속 아프기만 했읍니다.
그러자 동서가 한약 한재를 지어 왔읍니다.
그러나 그것도 누가 달여 주는 사람이 없으니 제가 제 손으로 직접 달여 먹어야 했고 무더운 여름날 한약을 먹고 땀을 흘리고 다니면 아무런 약효가 없다고 걱정이 태산 같은 남편의 성화였지만 어느 누구 한사람 저를 도와주는 없는 저의 생활에 가만히 누워서 약을 먹을 수만은 없어 저는 제 손으로 약을 달여 먹으며 계속 일을 해나갔읍니다.
그런 제에게 남편은 너무도 엉뚱한 제안을 해왔읍니다.
『율리아、제발 게으름 좀 피워바. 우선 급하지 않은 일은 두었다 천천히 하면 안돼?』
『저는 성미가 못돼서 그런가 봐요. 할일을 제쳐놓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는 걸요』
『그 성미 한번 좋다. 그래서 제수씨가 지어다준 약을 먹고 땀으로 쫄쫄 빼버려 아무런 약효가 없어도 좋다 그 말야? 그러지 말고 당신 뭐 하나써 보면 어때. 당신 글 솜씨 좋지 않아』
『사람 비꼬지 말아요. 제 주제에 쓰기는 뭘 써요』
『아냐 당신은 쓰면 될거야. 당신 처녀 때 책 많이 읽었다면서』
『책 많이 읽은거 하고 글 쓰는 재주하고 어떻게 같아요. 도대체 무언데 그래요』
『응、다른게 아니고 서울문화방송에서 창사12주년기념으로「절망은 없다」현상작품을 모집하고 있는데 당신 한번 써봐』
『예? 그건 말도 안돼요. 저 그렇게 거창한 거 쓸 능력도 없지만 제가 내놓을게 무엇이 있다고 그런 걸 써요. 아예 그런 소리 입 밖에도 내놓지 말아요』
『어허、그러지 말고 한번 써봐. 당신은 꼭 입선 될거야. 상금도 꽤 많던데』
그로부터 저는 매일같이 글을 쓰라는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부뚜막위에 종이를 펼쳐놓고 펜을 잡아 한줄 한줄 써내러 갔읍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