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생을 얼마나 살았다고、
제가 이 세상 사람들에게 내놓을 만한 것들이 무엇이 있다고、
이런 엄청난 글을 주제넘게 쓸 수가 있을까마는 상금이 많더라는 남편의 말에 만약 만에 하나라도 요행히 당선이 된다면 그 상금으로 항상 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남편의 혈뇨약을 지어 먹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하느님께 간곡히、간곡히 빌며 밥을 짓다가도、다른 일을 하다가도、틈이 나면 부뚜막 앞에 쪼그리고 앉아 틈틈이 한자 한자 정성들여 써내려 갔읍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토록 힘들여 써놓은 글을 남편은 방송국으로 보낼 생각도 않고 원고지에 정리해서 보내달라는 저의 부탁에도 그저 피식피식 웃기만 할뿐 도무지 묵묵부답이 었읍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읍니다.
언제는 쓰지 않겠다는 저에게 그렇게 성가시도록 성화를 부리더니 이제 와서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피식피식 웃기만 하고 있는 남편의 마음을 알길이 없었읍니다.
『미안해、사실은 방송국에 보내고 싶어서 글을 쓰라고 한 것은 아니었고 다만 약 먹는 동안이라도 땀을 못 흘리게 당신을 좀 붙들어 앉히자는 거였어. 그렇지만 당신이 꼭 보내고 싶다면 정리해서 보내 줄께』
저는 남편의 이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열심히 글을 쓰고만 있었으니 그 꼴을 보면서 남편은 속으로 얼마나 웃고 있었을까하고 생각하니 갑자기 도깨비한테 흘린 느낌이 들어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기왕에 힘들어 써놓은 글을 그대로 내동댕이 칠 수는 없었으며 더구나 다행히 입선이 되어 상금이 나온다면 남편에게 약을 해드릴 수 있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에 저는 더욱 포기를 할 수가 없어 기어이 남편을 졸라 방송국으로 원고를 부치고 말았읍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마음은 잿밥에만 있다는 속언처럼 글을 써 보내는 사람이 그들의 가치를 염려하기 보다는 상금에만 눈이 어두워 있었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었으나 저는 너무도 그 간절한 소망 때문에 원고를 보내놓고 행여 무슨 기쁜 소식이 있을까하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날 저는 뛸 듯이 기쁜 연락을 받고야 말았읍니다.
방송국으로 부터 가작 (佳作) 입선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참으로 기뻤읍니다.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었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실컷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으며 너무도 감격해서 목을 놓아 엉엉 울고 싶도록 저의기분은 마냥 흥분되어 어느새 눈에는 이슬방울이 맺혀 있었읍니다.
『아니、율리아 울고 있잖아. 바보같이 울긴』
『여보. 이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이제당신 약을 해드릴 수가 있게 됐어요. 저는 하느님한테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요. 꼭 당선되게 하여 당신 약해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요』
『그랬어? 역시 하느님은 율리아의 기도를 잘 들어주시나 봐』
『예. 저도 그것을 많이 느껴요. 이제까지 제가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드린 것은 거의 다 들어주신 것 같아요. 당신 병원에 갔을 때도 그랬고 집짓고 이사 와서 죽도록 아팠을 때도 그랬고 또 이번에도 그렇고….
어쨌던 우리에게 환난이 닥쳤을 때는 꼭 하느님께서 그 고비를 잘 넘겨 주셨으니까요』
『그러기에 기도의 힘은 큰 것이고 성경말씀에도 두드리면 열리고 구하는 자에게는 꼭 주신다고 했잖아. 우리 기도 열심히 하면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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