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음은 꼴이 있다는 말이다. 작거나 크거나 많거나 적거나를 막론하고 어떤 일정한 형식의 꼴을 갖춘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없음은 꼴이 없다는 말이 되고 그래서 혼돈이란 말을 썼나보다. 없는 곳에서부터 생겨난 꼴、꼴이 생기려면 항상 어떤 순서가 있어야 되고 배열이 있어야 된다. 그래서인지 모든 꼴 안에는 질서가 있다. 혼돈 속에서 질서적인 배열이 창조였듯이 현재의 꼴은 미래의 꼴을 창조하는 또 다른 꼴이기도 하다.
이모든 꼴은 제 꼴에 따라 씀씀이와 미가 있다. 그 꼴의 미는 그 씀씀이에 따라 취득되는 것이며、그 꼴의 값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어떤 배열을 갖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있어지느냐 내지 있느냐에 따라서 그 꼴의 값이 형성되어간다고 본다.
그런데 이모든 꼴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꼴이 인간 꼴이라고 한다.
창조하실 때 인간을 당신의 모상대로 만드셨다니 그 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히 짐작이 간다.
그래서 섹스피어는 비운의 왕자「햄릿」을 통해서 인간 꼴을 이렇게 찬미했다.
『이 인간、천지창조의 오묘、그 단정한 자태에다 감탄할 움직임, 그 이해력은 천사 같으니、세상의 꽃이요、만물의 영장이로다』
이같이 인간의 꼴값을 높이 평가한 햄릿이 다음순간에 가서는 왜 인간 꼴이 보기 싫다고 하였으며 왜 추잡한 구더기와 한낮 먼지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는가? 질서파괴 때문이라고 본다. 질서를 파괴하는 인간을 어떻게 아름답게 볼 수 있겠는가.
왕후가 시동생과 결탁하여 남편을 죽이고、시동생이 형수와 결탁하여 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는 꼴、이런 꼴을 보면서 어떻게 인간을 제값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인간이 제 꼴에 합당한 값을 못할 때 그 꼴을 말이 아니다.
여기서 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을사는 우리들의 문제다.
오늘 여기서 우리가 서로 서로 가슴을 치며 꼴값의 정도를 확인하고 저마다 제 꼴값을 좀했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이 국가의 살림과 국민의복지에는 관심이 없고 권익다툼에만 급급하다고 가정해보자. 그 나라의 꼴이 무엇이 되겠는가.
교육자들이 신념 있는 인간교육을 하기보다는 지식의 소매상인노릇에 불구하다고 가정해보자. 그 나라국민들은 어떤 사람들이 되어가겠는가. 종교인들이 경천애인(敬天愛人) 의 사상적도태위에기도하는 생활을 뒤로 미루어놓고 돈번이와 놀고먹는데 안주한다고생각해보자.
그 나라국민들의 호흡인 정신생활은 무엇이 되겠는가?
하기야 생색내지 않고 숨어서 끝없는 인내와 헌신으로 진정 제값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이 있음을 믿는다. 그러나 우리의 후예들이 햄릿과 같이 통곡하고 실의에 빠지지 않게 하기위해 다가오는 날들에는 각계각층에서 저마다 제 꼴값을 좀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통일도 되고 평화도 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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