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덕택에 방송국으로부터 나온 상금을 가지고 읍에 있는 용하다는 한의사를 찾아가 남편의 약을 지어다 달여 드릴수가 있었으며 이 약을 먹으면 남편의 병이 꼭 낮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매달리는 듯 애원하며 그야 말고 저의 은마음을 다바쳐 간절히 기도를 드리면서 정성을 다하여 약을 달여 드렸읍니다.
이 돈이 떨어지면 또다시 약값 마련에 어려운 저로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읍니다.
그런데 또 저의 소망은 이루어 졌읍니다.
계속해서 매일같이 흘러나오던 남편의 혈뇨가 거짓말같이 멎어버리고 맑은 소변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남편의 혈뇨때문에 저의 마음은 새까만 먹구름으로 꽉 뒤덮힌채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날들을 보내야했으며 남편의 소변기를 비울 때마다 얼마나 애간장을 태워왔던가.
남편도 저도 커다란 걱정거리가 깨끗이 해결된 뒤에 맛볼수 있는 후련한 가슴과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께 뜨거운 감사의 기도를 드렸읍니다.
『여보 혈뇨가 멎었어요. 그 한의사가 의술이 아주 좋은가 봐요』
『하하하…혈뇨가 멎었다구? 정말 기쁜 소식인데. 그러나 그 한의사의 의술도 좋았겠지만 주님께서 당신의 기도를 들어주신거야. 울리아、당신은 하느님께서 굉장히 사랑하시나봐. 혹시 당신 성녀 아냐?』
『뭐라구요. 당신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함부로 하세요. 성녀를 모독하지 말하요』
『그래、그래、알았어. 그러나 당신은 나중에 죽으면 하느님이 꼭 천당에 보내 주실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느님 말씀에 천당에 들어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했는데요』
『물론 어렵지. 진정 하느님 말씀과 주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 아니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
우리는 참으로 오랫만에 가슴을 활짝 열어 젖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행복한 한때를 보낸 것같았읍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근심이 있으면 아무리 기쁘고 즐거운 일을 보아도 마음은 즐러울수가 없으며 산해진미가 눈앞에 있어도 구미가 당기지 않아 그 진미를 알 수 없듯이 누구나 마음이 평온해야 생활이 즐거운 것이며 생활이 즐거워야 참다운 삶의 의미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남편이 건강해주면 몸은 비록 고달파도 마음은 항상 즐겁고 행복하지만 남편의 건강에 이상이오면 제 마음은 언제나 초조와 불안 속에 울면서 살아야 했읍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남편의 혈뇨가 멎고 건강해지면서 제 몸도 샘물처럼 힘이 솟아 기운을 다시 차릴 수가 있었으며 다시금 제 생활에 몰두하여 열심히 살아갈 수가 있었읍니다.
그해겨울 어느날 갑자기 어떤 낯모르는 사람이 와서 파출소소장이 좀 나와 달라기에 가보았더니 파출소소장은 저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읍니다.
저는 파출소소장의 뒤를 따라가면서도「무슨 일일까」하고 궁금하여 마음속으로 별별 생각이 다 떠올랐지만 도무지 제가파출소소장한데 불려 다닐만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 같았읍니다.
『내가 무슨 죄를 졌다는 말일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 경찰서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만약 나도 모르는 죄가 있어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있기라도 한다면 잠시도 내가 곁에 없으면 불편을 느끼는 불쌍한 남편은 누가 시중을 들어주며 어떻게 생활을 해나간다는 말인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저는 그만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리고 싶었습니다. 아니 파출소장 몰래 슬쩍 달아나 버릴까도 생각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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