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무서운 꿈을 꾸며 몹시도 시달리다가 잠을 깼을 때처럼 마음이 후련하고 최상의 안도감을 맛볼 때가 없듯이 차라리 파출소장이 저를 어디론가 잡아가고 있는 현실이 꿈이기를 바라며 마치 독수리가 닭을 나꾸어 채가듯 갑자기 따라나서느라 아무 말 한마디 남겨놓지 못하고 담밑에 오돌오돌 떨고 있는 가엾은 병아리 새끼마냥 외롭고 궁금하게 누워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한없이 불안하고 초조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곳은 경찰서도 아니었고 여태까지 쓸데없는 걱정으로 초조해하고 불안에 떨었다는 것이 우습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곳에는 금산에서 그래도「내노라」하는 유지급 인사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그분들은 전부터 잘 아는 사이처럼 저를 따뜻한 웃음으로 친절하게 맞아주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도대체 어찌된 일이기에 제가 유지급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 불려 와야 하는지를 몰라 의아해하는 저에게 그분들이 느닷없이 상을 안겨주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업어나 난장을 맞히는 격이란 말인가
사전에 한마디쯤 말을 해줬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불구의 남편과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모든 여성들의 귀감이 되기에 상을 주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그날의 행사는 금산군 사회정화 윤리위원회가 주관을 하는 것이었고 저는 그 자리에 모인 여러 어른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으며 융숭한 대접까지 받고 집으로 돌아 왔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하던 추운 어느날 밤.
잠자리에 들려고 침대위에 올라간 남편의 바지를 벗겨주다가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남편의 양쪽무릎이 퉁퉁부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색이 되어 남편에게 다그쳐 물었습니다.
『여보, 당신 무릎이 왜 이렇게 부어있는 거예요. 이게 어찌된 일이지요?』
『빌어먹을, 기여이 탈이 생겼구먼…』
『답답해요. 어서 말씀해보세요. 어디다 어떻게 했기에 다리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어서 말해 보라니까요』
『아까 운동 갔다 오다 넘어졌다』
『뭐라고요. 넘어졌다구요. 어떡하다가요』
저는 남편이 혼자서 휠체어 바퀴를 밀며 운동을 나갔다가 넘어졌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아찔했음을 느껴야 했습니다.
언제나 운동이 부족한 남편은 매일처럼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혼자서 운동을 나가곤 했는데 남편이 휠체어를 타고 나가면 무사히 돌아와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저는 기어이 일을 당하고만 것입니다.
혼자서 그 먼길까지 갔다 오면 얼마나 힘이 들고 피곤할까마는 오히려 남편은 운동을 갔다 오면 즐겁고 만족한 표정을 지어 주었으며 더구나 중간에 비탈진 고개까지 있어 그 고개를 어떻게 넘어가고 넘어왔느냐고 물으면
『물론 고개를 올라갈려면 힘들지. 무섭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는 그 고개를 항상 내 인생과 비교를 한단말야. 즉 고개 밑에 도달하면 고개를 쳐다보며 굳은 결심을 하지, 내 인생은 고장난 인생, 건강한 사람들은 튼튼한 두 다리로 잘도 걸어 넘고, 어떤 이는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고개를 올라가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편하게 넘어 다닌다마는 나는 휠체어를 힘겹게 밀고 다니듯이 누구의 도움 없이 내 힘으로 저 고개를 넘어야 고달픈 내 인생을 끝까지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이를 악물고 휠체어 바퀴를 밀어 올리는거야. 정상에 도달하면 그때의 쾌감, 정복감 말할 수 없이 기쁜거야』
하며 자랑이라도 하듯 기뻐하는 남편이었고 보니 혼자 나가는 것을 극구 만류하지 못하였고 항상 불안해 하기만 하였는데 드디어 올 것이 오고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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