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날 프란치스꼬
눈물을 흘리면서 예수께 아뢰었네
해와별과 글라라와 자매들 모두함께
사랑하며
사람과 아름다운 모든 것 사랑하오니
오 나의 주여 용서하소서
오직 당신만 사랑할 것을
주님께서 미소 지으며 대답을 해주셨네
해와 별과 글라라와 자매들 모두함께
사랑하며
사람과 아름다운 모든 것 사랑하노니
프란치스꼬 울음 그쳐라
너 사랑하는 것 나도 사랑해
이시는 사랑과 희망과 기쁨의 종교인 그리스도교의 정신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나 다 그것이 존재하여야 만하는 까닭이 있다.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든 혹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든,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간에 저마다의 사명을 지니고 우주 만상은 존재하는 것이며 이것을 일러 우리는 신(神)의 뜻이라 한다.
그러므로 신의 사랑은 아니 미치는 데가 없으며 인간적인 표현에서의 선(善)이나 악(惡)은 신의 초월적 사랑 속에서는 구별될 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이해와 동정과 연민은 곧 신께 대한 흠숭이요 사랑일 것이다. 일찍이 그리스도께서도 이웃을 사랑하고 핍박받는 자를 사랑하고 약한 자를 돕는 것이 곧 그리스도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라고 역설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들의 자세는 어떠한가.
어쩌면 계을과 형식에만 지나치게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닐까. 가령 그리스도교 이외의 다른 종교에 대하여 배타적이 지나 않은가. 그리스도교인 이외의 사람들에 대하여 저들을 죄악시하는 독선에 빠져 있지나 않은가.
필자가 아는 어떤 부인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저는 일요일마다 성당이나 교회에 기도드리러 가고 싶어요. 하지만 일요일에 제가 나가면 제 몫의 일을 다른 사람이 해야해요. 그래서 저는 예배드리러 못가죠. 할 수 없이 저는 일을 하명서 천주님과 대화를 해요. 『천주님, 죄송합니다. 대신에 제가 오늘 할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요>
이부인의 이런 이야기는 앞에 인용한 시의 내용과 상봉하는 정신이 아닐까.
신앙의 형식은 내용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표현은 정신과 연결되고 계율은 사랑을 바탕으로하고 있어야할 것이다. 이것이 서로 괴리될 때 종교는 인간을 구원한다는 궁극의 사명을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그리스도의 사도로서의 그리스도인은 소중한 형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울타리 바깥에 있는「착한 사마리아인」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실로 가이없는 신의 사랑은「착하지 않은 사마리아인」에게까지 미치고 있음을 알아 우리 주위의 가장 사납고 횡폭한자에 이르기까지 용서하도록 노력할 때 우리는 참 신앙인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때 신께서는『너 사랑하는 것 나도 사랑한다』고 분명 이르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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