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쓰라린 6ㆍ25의 참상이 채 가시지도 않고 아직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철조망이 가로놓인 38선.
바로 북괴가 눈앞에 보이는 최전선입니다. 한 병사가 어금니를 꽉 물고 두눈을 번뜩이며 총구를 북으로 겨냥하면서 주야로 경계임무를 완수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외에도 우리군인들은 전방에서나 후방에서 자기 맡은바 직무와 교육과 훈련 그리고 전기 전술연마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고향에는 부모님이 계시고 사랑하는 형제와 친척이 있고 다정한 친구들이 있읍니다. 오순도순 모여 앉아 다정한 얘기도 주고 받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내 아들이 내 동생이 내 친구가 푸른 제복을 입은 군인이란 말입니다. 물론 여러분들 중에는 아들이 전방에서 고생하고 있다든가 내 친구는 후방에서 편히 지내고 있으니까…등 제 각기 생각하며 안심도하고 걱정도 하실 분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문제가 우리 군인들 세계에는 있읍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군인들의 신앙생활입니다. 모두들 편지로 『몸 건강히 잘 있읍니다.』하면 『아! 잘 있구나』할 정도、그 이상은 생각지 않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침ㆍ저녁에는 기도라도 드리는지、한 달에 한번만이라도 고백성사는 보는지、주일미사때 성체는 모시는지、아니 그보다도 주일미사에나 참례하고 있는지…이렇듯 자세히 아들의、형제의、친구의 신앙생활을 염려해보신적이 있읍니까?
미사얘기가 나왔으나 한 말씀 더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군종신부님들이 약50~60명밖에 되지 않읍니다. 굉장히 모자라는 숫자지요. 따라서 우리군 신자들은 부대배치를 잘 받으면 주일 미사참례를 할 수 있으나 산간벽지등에 근무하게 되면 주일미사는커녕 미사책이 없어 공소예절도 못하고、고백성사는 1년에 1~2회 정도 볼 수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어려움 속에서 생활하고 있읍니다. 이들의 영혼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나약해져가고 있읍니다. 병 들어가고 있어요. 바쁘다거나 시간이 없다는 핑계등으로 미사에 참석치 않고 외교인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읍니다.
교형자매여러분! 이 병든 신자들、나약하고 주저앉아있는 이 군인신자들을 그냥 보고만 있으렵니까? 한번쯤 그리스도의 자녀들을 방문해 보시고 그들의 영육간의 건강을 진단해 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교형자매여러분!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다시금 그들의 신앙에 생명수를 불어넣어서 그리스도의 산증인이 되고 그리스도의 한지체가 되어 주님의 말씀을 함께 전파하는 생동하는 군인이 되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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