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크리스마스 홀리
이천년전 한 겨울날 한밤중 아기 예수 오신 때
촉복 받은 언덕에서 태어났었네.
두럽고 반짝거리며 바늘 같은 잎사귀에
젖빛 나 의꽃、그리고 새빨간 열매
나무껍질의 열물(담즙)같은 쓴맛?
그분의 생애를 상징하노라.
순결한 탄생、가시 면류관、피방울과 수난을
내 이름은 크리스마스 홀리、거룩한
사랑의 나무.
하느님의 은총 은빛 눈송이
온 세상을 포근히 감싸 주누나、
이 날을 위하여
일년을 가다려 온 나 포인세티아
조용히 제 철을 자랑하며
타는 듯한 나의 붉은빛으로 이 세상을 축복하리.
구세주의 그 마음、피、희생을 알리리.
아침 열시 - 정한 시간이 다가오자 병원의 엠불런스도 달려왔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읍니다. 하나、둘、셋、넷、구백아흔아홉、그리고 찬명이 훨씬 넘도록 많은 사람들이 말이지요. 1978년의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날 이나라의 어느곳 해돋이 언덕바지에 자리 잡은 어느 교회에서-
그날 혈액관리원들과 간호원의 눈망울엔 감격의 이슬이 먖혀읍니다. 저마다 이웃사랑을 위하여 생명의 상징인 자신의피를 재공하려고 몰려드는 긴 행렬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몸이 약해 거기에 낄 수 없는 사람들은 울먹이고 있었으며 채 절반도 채혈을 못하고 다음으로 미루자 모두들 너무너무 슬퍼하는 표정들이었으니까요.
얼마전、이 나라엔 참 슬픈 일이 있었읍니다. 어느 병원에서 이제 막 갓 피어나려는 꽃봉오리와 같은 젊은이 한사람이 O형의피를 구할 수가 없어서 숨져 갔기 때문이었다.
차겁디 차거운 마음들에 뉘우침을 심어주면서 더 큰사랑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 말이지요. 마치 그 옛날 야곱이 베델에서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자면서 층층대를 오르내리는 천사들의 꿈을 꾼 것처럼 말이지요.
아니、그날 헌혈을 위해 드높은 숲시슭에 자리 잡은 교회의 돌 층층대를 오르내리는 무리들의 발길…이야말로 천사들의 향진이 아닐 수가 없었읍니다. 지나가는 바람도 손뼉을 쳤고 구름도 방긋이 웃으면서 그곳하늘을 스쳐갔으니까요.
그날 사과빛 뺨을 가진 소녀들이 저마다의 배움터와 일터에서 시간을 늦을세라 종종걸음오로 달려왔을 때 돌층층대의 올름길에 늘어선 나무의 빨간 열매들이 그날따라 유난히 방긋 웃고 있었어요. 늘 푸른 나무인 크리스마스 홀리와는 달리 차거운 초겨울 바람을 따라 초록빛을 띠워 보낸 채 새빨간 열매들만은 한가득 달고 있는 핏빙울 나무들이 말이지요.
다음날 아침이 되자 신문들은 앞을 다투어 어제의 그 사실을 크게크게 보도하였어요.
따라서 이곳은 이 나라의 동해안의 한곳에 자리 잡은 어느 성당의 사데관이어요. 크리스마스 홀리의 고향인 남유럽 이태리반도의 한 아름다운나라 스페인으로터 오신 파란 눈의 신부님 한분이 그 신문기사를 읽으시면서 한방울 두방울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지 않겠어요.
왜냐하면 이 나라에 오신지 여남은해동안 신부님의 나이보다 훨씬 많은 헌혈을 거의 몇 달간격으로 이 나라의 환자들을 위해 이바지 하셨으니까요. 물론 그 계몽과 함께 말이지요.
이윽고 신문을 다 읽으신 신부님께서 난로 넘어 남쪽창가에 놓여있는 크리스마스 홀리와 포인세티아를 바라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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