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난 몹시도 다정한 마음으로 너의 이름을 부른다.
오늘 나에겐 모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기회가 생겼었다.
그러기에 더욱 네 생각이 났는지도 몰라. 우거진 신록 갖가지의 이름 모를 꽃술、울어대는 풀벌레소리、아무도 걷지 않은 듯 삭막한 오솔길…. 정말 내입에선 기쁨의 찬미가 흘러나왔다.
마치 새장 안에 갇혔던 새가 마음껏 하늘을 날으듯 난 끝없이 푸른 초원을 마냥 딩굴고만 싶었다. 아! 이글을 쓰는 지금도 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며 나를 달콤한 영상 속으로 몰아넣는구나.
그리운 영아、
넌 무척이나 음악을 좋아하고 난 네가 켜는 멜로디에 도취되어 웬지 뭉클한 슬픔을 불러 일으켰던 그날처럼 영아、나에게 노래를 들려다오.
그날의 애절했던 음악이 아닌 영원히 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을 아름다운 천상의 노래를…
항상 말없이 먼 하늘만 응시하며 눈물이라도 콱 쏟아져 버릴것 같은 너의 서늘하고 맑은 눈길을 잊지 못해 난 얼마나 몸부림 쳤던가. 그날 우린 좁다란 오솔길을 걸으면서 인생을 논하던 기억이 난다.
한없이 즐겁고 슬픔이란 없는 줄 알았던 그길!
난 오늘도 그보다 더 좁은 길을 걸으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모른다. 그렇다. 난 꼭 저 길을 가야만 한다고…
그 길은 너무도 좁아서 둘이서도 같이 갈수 없는 길이기에 난 이렇듯 사랑하는 벗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면서도 같이 갈순 없는가보다. 그래도 난 확신한다. 저 길만이 나의 행복、내 어릴 적 꿈이 어린 소망의 길이라고…
영아 난 이제 슬퍼하지 않겠다. 그 길은 결코 외로운 길만은 아니다. 무수한 옛 님들의 발자취가 곱게 곱게 새겨져 있으리라. 내 마음 슬픔에 잠길 때 난 노래를 부르겠다. 난 너처럼 노래를 할 줄 모르지만 저 맑은 하늘위에 떠도는 흰 구름을 노래하겠다. 내 마음 고독할 때 난 시를 쓰겠다. 난 너처럼 시를 쓸 줄 모르지만 소리내는 갈잎들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영아、모든 것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선물이기에 나 이렇듯 좁은길을 향해 눈물 거둔 기쁨의 찬미가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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