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일본인과 식사를 하기 위해 우동집에 갔다. 주문한 식사가 나오자 그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갖다 달라고 했다. 주인은 업소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는 위생상 남이 쓰던 젓가락을 손님에게 주는 것은 실례라며 못내 께름칙해 했다.
아마도 세계에서 나무젓가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민족은 일본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임야청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한 사람이 평소 도시락을 먹거나 식당에서 소비하는 나무젓가락은 일년에 평균 200개가 넘는다. 이 숫자는 일본의 외식산업구조가 아직도 일회용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나무젓가락의 95%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자국의 나무를 베는 일은 없다.
원래 나무젓가락이나 이쑤시개의 재료는 간벌재(間伐材)를 써야 마땅하다. 삼림은 크게 원시림과 인공림으로 나뉘는데, 자연적으로 조성된 원시림은 그대로 두어도 생태계까 건전하게 유지되지만 인공림의 경우는 나무가 자라남에 따라 삼림의 밀도를 적당하게 조절해주어야 한다. 이때 나무를 베는 것을 간벌(間伐)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숲 전체를 통째로 베어내는 개벌(皆伐)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그로 인한 삼림훼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전 우리나라 환경단체들에서도 중국에 나무심기운동을 벌였을 정도로 중국의 삼림파괴는 심각한 상태다. 이렇게 잠시의 편리를 위해 무심코 써버리는 나무젓가락 한 개의 대기오염, 수질오염이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몰고 온다.
일본에서 내가 만났던 한 아가씨는 자신의 젓가락을 늘 핸드백에 넣어 가지고 다녔다. 그걸 보고 의아해하는 내게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환경에 얼마나 관련되는지를 습관처럼 생각해보고, 최소한이나마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 했다. 남이 쓰던 젓가락을 쓰고싶어하지 않는 면에선 두 사람이 다 같았지만 환경의식은 전혀 달랐다. 이러한 의식은 젊은 사람일수록 강해서 일본에서는 대학생들이 종이컵 대신 사용하려고 자신의 컵을 가방에 매달고 다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자연과 화해하는 지름길이며 또한 신자로서 당연히 바쳐야 할 삶의 봉헌이 아닐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