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의 새해를 맞이하여 한국교회와 모든 교형자매들에게、그리고 우리나라와 모든 국민들에게、하느님의 강복과 평화와 기쁨이 풍성하기를 비는 바이다. 하느님의 영원한 시간 안에서 새해라고 해서 새로운 비가 없지만 역사를 이어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 한 해는 분명히 우리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해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시간의 연속성이 새로운 것 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삶의 계획과 결심과 각오가 새로와져야 하는데 새해를 맞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114만의 교세를 보유한 우리 한국교회는 선교 20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바、교회사적인견지에서 볼 때 한 세기를 마무리 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또한 급격히 변화해 가는 현대사회 안에서 그리스도를 닮은 교회 상을 어떻게 구현하며 봉사자로서의 교회의 사명을 다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면에서 새로운 전환기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싯점에서 우리 모색해야 할 몇 가지 일반적인 모색해야 할 몇 가지 일반적인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새해의 지표가 되었으면 한다.
첫째로、외면적인 쇄신에서 내면적인 쇄신이 이루어 져야 한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제시해 준 방향에 따라 약간의 혼란을 겪으면서도 점차 쇄신의 길을 걸어 이제는 교회가 안정되어 가고 있으며 괄목하리만큼 외면적으로는 쇄신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앙생활의 생태 면에서는 여전히 구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대인관계의 냉정함、계명위주의 신앙、성사위주의 신앙、전교의 무관심、성서의 외면、인색한헌금、교무금 시비、종교서적의 외면、출판물 구독외면、봉사정신의 희박、사랑 실천의 무관심 등등 내적 생태적인 면에서의 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더 본질적인 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우리의 본질신앙이 더욱 심화되어야 한다. 그리스도교는 영세、입교하여 십계명을 잘 지키고 미사에만 참여하면 죽어서 천당의 문이 열리는 그런 종교가 아니다. 오직 그리스도교는 전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모든 것을 그리스도에게 위탁하고 봉헌하며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열정적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그리스도의 현존을 세상에 증거 하다가 죽어서 부활하는 체험적 실천적 종교이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은 자신의현세적 이익을 위한 구복적(求福的)인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샤먼적인 신앙태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본질 신앙은 순교선열들의 신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이 아닌 것이 우리의 신앙이다. 십자가에 죽어서 부활하는 신앙이어야 한다.
셋째로、우리교회는 교회 안에서나 對사회간에 있어서 보다 더 대화를 모색하고 증진하여야한다. 대화의 신학은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대화로 표현한다. 또 대화는 교회를 공동체적으로 쇄신하고 현대화하는데 있어서 필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복음화의 한 방편이기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교회는 아직도 과묵성과 폐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있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교육 등 모든 사회현상 면에서 가톨릭시즘에 입각한 대화의 광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상호이해를 위한 타종교와의 대화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 내에서도 성직자간의 대화、성직자와 평신도간의 대화、평신도 상호간의 대화가 보다 더 증진됨이 바람직하다. 교회가 하느님과의 일치와 전 인류의 일치의표지이며 도구일진대 대화의 단절은 그 본성과 보편적 사명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넷째로、교회는 보다 더 세상에 봉사하는 교회로 부각되어야한다. 현대교회는 그리스도를 닮은 교회、곧 봉사자로서의 교회라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교회는 세상에 자신을 확실히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즉 교회의 본질성이 가리워 있는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성사와 같은 것이니 그리스도 자신이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보여 주시려고 인간이 되어 오신 하느님의 한성사로 알아들을 수 있을 때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선포하는 교회가 하느님의 성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만난다. 주님께서 가르치시고 말씀하시고 수난을 통하여 구원의 은총을 얻어주셨으며 부활하셨듯이 교회도 그 같은 걸음으로써 주님께서 약속하신 하느님의 나라를 이룩할 수 있으며 구원의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봉사 받으러 오지 아니하고 봉사하러 왔노라』하신 주님의 모습을 교회는 세상에 증거하고 드러내어야 한다. 이와 같은 교회상의 구현은 모든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스도적인 봉사희생에 충실할 때 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세상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 할 것이다.
신앙생활은 타성에 빠져 되풀이 되는 삶이 아니고 항상 새 출발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 한해에 더욱 내적 쇄신을 기하여 본질 신앙을 심화하고 대화를 통해 세상과 만나 봉사하는 교회 상을 드러냄으로써 하느님의 나라를 더욱 건설해 갈 것을 다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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