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年! 무오년의 숱하게 많았던 희비애락이 거리에 올리는 크리스마스 캐롤과 함께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읍니다.
과연 무엇을 하며 이 한 해를 보냈을까 곰곰이 생각해도 도무지 가슴에 벅찬 일이란 잠시도 생각이 나지 않읍니다. 이런 미약한 나에게 하느님은 또 눈처럼 깨끗하고 아무도 뚜껑조차 열어보지 않은 새해를 약속해 주셨읍니다.
지나가 버린 슬픔과 후회의 나날이 活動사진 마냥 퍼뜩 떠올랐다간 차가운 미소와 함께 사라지곤 합니다.
자꾸만 높아져가는 잘못과 비관、그리고 고독의 방석위에 앉아 있는 것만 같은 이 心情은 정말로 말로는 다할 수가 없읍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눈이 내리는 날에도、太陽은 떠오른다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느끼면서 부터는 왠지 새해를 맞는 마음은 점점 부풀기 시작했고、이루지 못할 어떤 것을 생각도 하기 시작했읍니다.
확고한 信念의 토대위에 세워져야만 하는 나의 生活이 자꾸만 죽어가는 소망만이 커가는 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빛깔도 없고、音도없는 한정된 경험 속에서 나는 大統領이 되겠다、판사가 되겠다는 式의 꿈만을 보아왔을 뿐입니다.
한 해 한 해 새해가 쌓임에 따라 나의 이 어리석음에 스스로 비웃어도 보았읍니다. 사람들은 달에 가보지 않았을 때는 그저 모든 것이 神秘롭고 아름답게만 느꼈읍니다. 그러나 달이 다시금 人間의 발아래 征服되었을 때는 광량하고 情이 붙지 않고 生命體조차 없다는데서 무한한 실망만이 우리가슴을 메웠읍니다.
「차라리 가보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만이 한 가닥 연기처럼 피어올랐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소망도 이루기 어려운 한계에 부딪쳤을 때 실망하고 좌절하고 마는 것입니다. 솔직히 얘기해서 肉身과 영환의 분리된 世界에서 살아온 저는 現實의 어려움에는 가슴을 치고 통곡을 하면서도 영혼의 一部分인 末來란 커다란 선물은 느낄 수 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희망이란、상상력 그자체가 아니라 역경의 소산물입니다. 偉大한 人物이란 그렇게 단순하게 생긴 사람이 아니라 피어린 노력과 인내의 결과라고 1백% 확신을 내릴 수가 있읍니다.
또다시 새해라는 대과제아래 생각해 보아야만 하는 소망은 무척이나 어려움을 안고 있읍니다. 中道에서 下車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너무나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自己의 슬기와 희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自己의 슬기와 꿈과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하는 眞實을 소망은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조그맣더라도 유익하고 참된 그런 소망만이 우리가 바라는 참 삶이 아니겠읍니까? 전 어른들의 그런 큰 꿈은 싫읍니다. 어린이들의 앳되고 한없이 아름다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소망을 가지고 싶읍니다.
한없이 큰 꿈만 가지고 당황하고 실망만 했던 지난날을 거울삼아、이제는 백합처럼 아름답지도 갈대처럼 약하지도 않는 인내와 노력으로 항시 푸른 한그루 소나무가 되고 싶읍니다.
때때옷입고 엄마아빠 손목을 잡고 세배하러 가는 꼬마들을 생각해 볼 때 이제는 변치 않는 그런 소망을 커다란 나무가 되게 가꾸어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매사에 느끼는 마음처럼 새해에는 3백65일 하루하루를 성실히 보내는 것、이것이야말로 더없이 큰 소망이 아니고 무엇 이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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