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979년은<세계 아동의 해>라고 한다. 1959년에 선포된 유엔의 어린이 권리선언 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라 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1979년을 어린이 복지대책을 강화하고 어린이를 위한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혹은 이미 있어온 여러 가지 사업을 질적 양적으로 향상 확대시키는 해로 하여 그를 위한 준비가 지금부터 한창인 모양이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서 어떤지 필자는 가책과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며 붉어지는 얼굴을 어디다 감추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그것은 얼마 전 네 살 된 꼬마어린이가 길을 잃고 해마다 한아파트 추녀 밑에서 동사한 사건이 아직도 가슴에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우리 주변이나 신문사회면 등에는 하도 끔찍하고 놀라운 사건이 많아서 웬만하여서는 자극을 받지도 않을 만큼 무디어지고 무감각 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어린이 동사 사건은 우리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었었다. 그 어린이가 가령 우리 집 문 앞에 있었더라도 나 역시 아마 문을 닫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우리 모두가 이 사건의 공모자요 공범자라는 사책을 벗어날 수가 없다.
어린이를 위한 복지제도나 사업이 아무리 마련된들 그를 실현할 사랑의 마음이 없는 한 이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여기 어린이를 위한 사업이나 제도의 필요성도 간과하지 않지만 우리의 비정한 마음을 열어 사랑을 실현하여야 할 일이 급선무임을 먼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얼마 전 일로 한 가톨릭 신자 부인이 폐암으로 작고하면서 그의 두 눈을 두 사람의 젊은이에게 주어 빛을 보게 한 선행이 있었다. 아마 이 기사를 읽으면서 모든 사람들은 앞서의 어린이 사건과는 또 다르게 눈시울을 적셨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신앙인이란 어떤 것일까. 바로 이 눈을 희사한 부인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
어떤 종교이든 거기에는 특수한 형식이 있게 마련인데 형식이 요구하는 의식이나 계율의 엄수가 물론 중요한 일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종교가 그 바탕으로 삼는 구원과 빛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실현여부에 따라 신앙심의 유무는 결정되는 것이겠다.
따라서 신앙인과 비신앙인의 차이는 외면적으로나 또는 단시일에 나타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들의 전생애의 종적 혹은 그들이 이룩한 문화의 형태 여하에 따라 구별될 수 밖에 없다. 가령 어린이의 울음소리를 듣고서도 문을 닫고 따뜻한 방안에 가만히 앉아있었던 사람들과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 앞에 자기의 두 눈을 기쁘게 희사할 수 있었던 사람과의 차이는 결코 적은 것 일수가 없다.
종교 혹은 신앙인에게 있어서 내세의 부탁이나 사후의 영혼 구원은 물론 의미로운 것이겠지만 그것이 지금 바로 이 자리의 뜨거운 인간애와 결부되지 않는 것이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성탄의 12월!
이론으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수많은 일중에서 지극히 작은 일 한 가지 만이라도 달성할 수 있기를 스스로 타이르며 이 거룩한 달을 맞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