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이 쓴 권철신의 墓誌銘에 의하면 1779년 겨울에 권철신ㆍ정약용ㆍ정약전ㆍ이벽ㆍ이윤하ㆍ이승훈 등 백여 명에 달하는 儒生들이 走魚寺에 모여 講學會를 열었다. 강학회란 오늘의 심포지움에 해당하는 모임으로 이조 중기 이후에 유생들이 한 절기에 山寺 등에서 자주 열던 것이다. 그런데 주어사의 이 강학회에서는 漢譯西學書(교리서)들을 주제로 했으니 그보다 근 2백여년 전에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편찬한 文書傳道의 자료들이 뜻밖의 장소에서 빛을 본 셈이다.
1779년의 주어사 강학회를 한국천주교의 기원으로 삼아도 좋다면 올해 1979년은 한국교회사의 第3世紀가 비롯하는 뜻 깊은 해라 하겠다.
모든 인류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교회의 본연 되는 사명이요、배달 겨래에게 복음을 알리는 일이 한국 천주교의 첫째가는 과업임을 모르는 신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正祖 이후 조선의 민중들과 일부 학자들이 西學이라 부르는 천주교를 그토록 열렬히 환영했듯이 지난 10년간 한국의 교세가 거의 倍加된 상황 역시 이 겨레가「민족들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얼마나 공손하고 반갑게 모셔 들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따라서 새해를 맞는 우리로서 각별히 다짐할 바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理想과 善意가 부딪치는 마지막 문제는 항상 方法上의 問題가된다. 『겨례에게 그리스도의 신비를 전하기 위해 누구를 보낼 것인가? 듣는 사람들이 이해하고 납득하도록 하기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본당의 信者倍加運動、군종단의 全軍 信者化 運動같은 거창한 표어를 내세우면서도、국민의 3%에 불과한 영세신자의 사목만으로도 여력이 없는 우리가 아닌가? 개신교 신도를 제외한 85%의 미신자(현대신학은 그들을「匿名의 그리스도인」또는「無名의 그리스도인」이라고 일컫는다) 동포들에게 우리가 바치는 구체적인 봉사、명시적인 복음 선교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는가? 본당 구역의 10여만에 달하는 미신자들에게、끝으로 우리의 친지와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길은 없을까?.
이런 여건에 처한 우리로서는 주교회의 산하 교리교육 위원회의 편수부가 엮어낸「너와 나의 하느님」제하의 傳道紙에 우선 환영을 표하는 바이다. 동일한 대상자에게、매주 한장씩 배부해도 42주간이 소요 될 이 豫備宣敎資料는 매우 겸손하고도 구체적인 도움을 우리에게 제공할 것 같다. 일선 사목자들과 각급 교회 공동체의 책임자들、전교에 뜻을 가진 신도들에게 벌써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走魚寺 講學會 이야기를 앞서했지만 文書宣敎가 배달 겨레에게 구원의 진리를 씨뿌려 준 선례에 비추어볼 때、이소박한 4면짜리 전도지들에 다소의 기대를 걸어볼만 하겠다. 『홍보수단에 의해서 교회는 복음을「지붕위에서」설교할 수 있고 보다 새롭고 효과적인 형태의 설교대를 통해서 대중과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바오로 6세ㆍ「현대의 복음선교」45항)는 말대로 뒤늦게나마 교회 전체에 보급될 수 있는 자료가 만들어져 다행한 일이다. 비신자의 반감을 사지 않도록 퍽 조심스럽게 접근을 도모하면서「자기 자신과 타인과 하느님을 만나는 행복」을 소개하고 있다. 무릇 신앙은 자기ㆍ타인ㆍ하느님이라는 세 기둥 위에 세워진다는 원리를 다르고 있다.
그러나 서말 구슬도 꿰야 보배라는 속담대로 교회 공동체들이대상의 선전、전도비 책정、배급、원만한 사후처리 등을 면밀히 계획하여 꾸준히 추진하는데 성패가 좌우되리라 여겨진다. 또 교리교육위 편수부는 이 자료의 반응과 효과를 과학적으로 수집、정리하여 보다 참신하고 흥미롭고 호소력 있는 예비선교 자료를 계속 제작해내기 바란다. 『새 포도주는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마르꼬2ㆍ22)는 말씀이 더욱 절실한 오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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