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전날 군청에서 나온 인솔 공무원의 안내를 받으며 가족들을 동반하고 수원시청에 도착한 각도 수상자들은 시장님의 호의적인 영접을 받으면서부터 완전히 귀빈의 차원에서 접대가 시작되는 것 이었읍니다.
인솔 공무원과 가족들은 여관에 안내되었고 수상자들은 시내 유지급 인사들 집에 하나씩 민박을 시켜 주었읍니다.
아침에 민박한 집에서 대접해주는 아침식사를 마치면 저녁에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날의 스케쥴에 따라 기계처럼 행동해야 했고 식사는 항상 고급 음식점에서 시장님이 동석하여 고급 음식으로 제공되었으며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상냥하고 예쁜 시청 여직원들이 수상자 한사람에 하나씩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면서 온갖 시중을 들어주고 있었읍니다.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관광지와 유적지 관광을 하며 꿈같은 며칠을 보냈으나 역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일은 가장 행열과 카퍼레이드 였읍니다.
이름을 크게 써 붙인 오픈카에 커다란 화환을 목에 걸고 앉은 수상자 대열 앞에는 악대가 경쾌한 행진곡을 힘차게 연주하며 앞서가고 뒤에는 호화찬란한 정조 대왕의 매머드 가장 행열과 각종 민속 행열이 끝도 없이 줄을 이어 뒤따라 왔읍니다.
축제 행열은 환호하는 관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공설 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 돌아 나와 수원 시가지를 누비고 다녔는데 참으로 이 행렬이야 말로 문자 그대로 장관을 이루었고 수원시를 완전한 축제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으며 그날 행사의 피크를 이루어 놓는 것 같았읍니다.
행사에 참석하고 집에 돌아오던 날 밤 마을 사람들이 방안 가득히 모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상장과 상품들을 펼쳐놓고 구경을 하면서 자신들의 경사처럼 기쁨에 들떠 즐겁게 떠들고 야단들 이었으며 같이 동행을 해주었던 시동생과 남편과 의형제인 근배씨도 옆에서 신나게 한마디씩 말을 거들고 있었읍니다.
『나는 말야 이 나이 먹도록 그처럼 대접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야. 나 같은 촌놈이 수원시장님하고 바로 옆자리에 앉아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으며 말다했지 뭐』
워낙 미남인데다 인심까지 좋아서 어디를 가나 인기를 독차지하고 호감을 주는 근배씨는 요번 행사 때 관광길에서도 일행들과 시청안내 여직원들을 시종 웃겨주고 인기를 얻더니 집에 와서도 시장과 악수를 했다는 손을 자랑이라도 하듯 허공을 내저으며 특유의 제스처를 써가면서 방안이 울리도록 감격스럽게 떠들어대는 것 이었읍니다.
『나는 무엇보다 형수씨가 오픈카에 앉아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나갈 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까 가슴이 메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아주 혼이 났어요. 어쨌든 나는 요번 형수씨 덕분에 대접도 잘 받고 여기저기 구경도 잘했으니까요』
평소에 말수가 별로 없이 언제나 과묵한 시동생은 역시 남다른 감회가 컸었던가 봅니다.
그날 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 다음 남편은 정색을 하고 저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을 했읍니다.
『율리아、나는 참으로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같아. 나는 지금 당신한테 큰절을 하고 싶을 만큼 당신이 이렇게 훌륭하게 보일 수가 없어. 그리고 내가 당신 같은 사람을 아내로 삼고 살아가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미약하고 부끄럽고…』
『여보 당신까지 저를 이렇게 놀리시면 어떻게 해요. 저는 지금도 제가 상을 받은 것이 합당하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으며 누가 알까 무서워요. 도대체 당신은 왜 저도 몰래 사진도 꺼내주고 이것저것 알려줘서 저를 이렇게 만드는 거예요』
『미안해 그 점만은 미안한일이지만 나는 말야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바가 있어서 그랬어.』
『그게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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